압수된 회사에 불리한 자료 삭제 교사 등 혐의
뇌물 받은 공정위 前직원 1년6월 실형···법정구속은 면해
“범행 수법 불량, 사법권 행사 큰 지장···엄한 처벌 불가피”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 2021년 5월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계열사 부당지원'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 / 사진=연합뉴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 2022년 5월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계열사 부당지원'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금품을 주고받으며 회사에 불리한 자료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한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상무와, 이를 실행한 공정거래위원회 전 직원이 1심에서 각각 실형을 선고받았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경영비리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17일 뇌물 공여 및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윤아무개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상무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금호그룹 전략경영실에서 박삼구 등 총수 일가의 자금관리업무를 담당하면서 공정위 포렌식 조사 담당 공무원에게 증거 자료를 인멸하도록 직접 교사했고, 증거인멸의 대가 및 공정위 조사에 대한 편의를 제공해달라는 청탁 취지로 뇌물을 공여했다”며 “피고인의 범행은 수법이 매우 불량하고 실체적 진실 발견을 통한 적절한 심사사법권의 행사에 큰 지장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책임이 중하고 비난 가능성도 상당히 크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또 뇌물을 받고 자료를 삭제한 전직 공정위 직원 송아무개씨에게 징역 1년6월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또 417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다만 송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발부하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공정위 포렌식 조사 담당 공무원으로서 공무원 현장조사 일정계획 등 단속정보를 유출하고 윤 전 상무의 부탁에 따라 형사사건 증거자료를 직접 인멸했다”며 “이 과정에서 허위공문서를 작성하고 뇌물을 수수까지 하는 등 실체적 진실 발견을 통한 적절한 심사사법권행사에 큰 지장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고 죄책도 상당히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들이 자신의 잘못을 모두 인정하거나 대부분 인정하는 점, 동종 범행을 저지른 적이 없거나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유리한 양형요소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송씨는 공정위에서 디지털 포렌식 자료 분석 업무를 맡던 2014∼2018년 윤 전 상무로부터 418만여원 상당의 금품과 골프 접대를 받고 공정위가 확보한 자료 중 금호그룹에 불리한 내용을 삭제하거나 바꿔치기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한 현장 조사와 단속 일정 등을 윤 전 상무에게 사전에 흘려준 혐의도 있다. 송씨가 삭제한 자료엔 당시 형사고발돼 수사받던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전 회장에 불리한 자료들이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윤 전 상무는 송씨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브로커와 광고 컨설팅 관련 허위 계약을 맺어 회사 자금 1억1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공정위는 2020년 8월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과 관련해 박삼구 전 회장과 그룹 전략경영실 임원, 법인 등을 함께 검찰에 고발했다.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등에는 3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박 전 회장은 특경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10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항소심에서 보석 신청이 인용돼 현재 불구속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를 동원해 금호기업을 부당 지원하고, 300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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