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경쟁 유도···독과점 붕괴 통해 이자장사 영업 관행 개선
제4 인터넷은행 출범 거론···네이버·키움증권 도전 가능성 거론
관건은 시장 파급력···과점 완화 실효성 의문 제기, 기존 관행 답습 지적
"5대 시중은행 한 해 순이익 규모가 3조~4조원 달해···경쟁 쉽지 않을 것"

지난 15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은행권의 구조개선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업 라이선스를 기능별로 세분화하는 '스몰 라이선스' 도입을 검토함에 따라 현 단일 체제에서 지각 변동이 일어날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완전 경쟁을 유도해 은행의 독과점 구도를 무너뜨리면 역대급 이자 장사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영업 관행도 개선할 수 있다는 의도인데 일각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 과거 경험을 비추어볼 때 시장 판도를 흔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당국, 은행권 과도한 이자수익 의존 지적···근본적 구조 개선책 논의

16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비상경제민생대책회의를 통해 이달 중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상반기 내 제도 개선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보고했다. TF에서는 은행권이 과점 구도에 기대 이자 수익에만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토대로 근본적인 구조 개선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은행업은 단일 인가지만 은행의 인가를 용도나 목적에 따라 세분화해 특정 분야에 경쟁력 있는 특화은행을 활성화 하면 과점 체제를 깰 수 있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국내 금융지주들의 금융상품과 영업 형태, 영위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도 부합된다. 이미 금융투자업자 인가체계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기관별에서 금융기능별 인가로 바뀐 바 있다.

스몰 라이선스가 도입된다면 중소기업 전문은행, 기업금융 특화은행, 외환업무 전담은행 등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독립계 은행이 등장할 수 있다.

그 일환으로 영국에서 시작된 '챌린저뱅크' 모델 도입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챌린저뱅크는 기존 대형은행의 지배적인 시장 영향력에 도전하는 소규모 특화은행을 말한다. 기능별 업무가 뚜렷하고 투명한 수수료 정책 등을 펼친다는 것이 강점이다. 

현재 영국에는 지난해 2월 기준 레볼루트, 몬조, 스탈링 등을 비롯해 26개의 챌린저뱅크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존 금융서비스의 보수적인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인영업, 기업영업, 주담대 등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는 제4인터넷은행의 출범이 거론되고 있다. 현행법상 일반적인 기업은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없다. 은행법의 금산분리 조항에 따라 비금융주력자의 대주주가 금융산업의 지분을 일정 부분 소유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회는 2018년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을 마련해 혁신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인터넷은행의 대주주가 되는 것을 허용했다.

◇네이버·키움은행 나오나···메기효과 크지 않을 수도

과거 인터넷은행 예비인가에 참여하지 않은 네이버와 예비인가를 신청했으나 최종적으로 탈락한 키움그룹이 다시 재도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네이버는 2019년 금융당국이 제3인터넷은행 인가를 추진할 때부터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결국 국내가 아닌 해외 인터넷은행 설립으로 방향을 돌렸다. 현재 네이버는 대만과 일본에서 인터넷은행 인가를 받아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지난 2019년 당시 금융당국의 예비인가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키움그룹도 재도전 의사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당시 인터넷은행 외부평가위원회는 키움그룹 컨소시엄이 제출한 사업계획의 혁신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해 최종적으로 탈락시켰다. 이후 두 번째 예비인가 신청 기회가 있었으나 당시 키움그룹은 재도전 의사를 밝히지 않고 기권했다. 

관건은 한국 금융시장에서의 파급력이다. 시장에서는 특화은행 등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으로 현재의 5대 은행 과점체제를 완화할 수 있을지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은행 3사 중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카카오뱅크는 지난 2021년 기업공개(IPO) 직후 KB금융 등을 제치고 금융 대장주 자리까지 차지하며 금융권의 판도를 바꾸는 듯했으나 플랫폼 경쟁력 등을 증명하지 못해 주가가 추락한 바 있다. 추가적인 특성화은행 출연이 기존 5대 은행에 어느 정도까지 긴장감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설명이다.

또한 특화은행이 은행산업에서 메기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일례로 인터넷은행들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용대출(중금리 대출)을 확대하는 취지로 설립됐는데 실제로는 기존 은행업의 관행을 답습하는 모습에 그치고 있다.

최근 금융위의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의 '은행업 평가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출현으로 일반은행의 시장집중도는 소폭 낮아졌으나 여전히 인터넷은행의 중금리대출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새로운 플레이어 출현으로 은행 경쟁이 일부 활성화된 건 맞지만 그 경쟁의 모습은 혁신성 없이 여전히 전통 금융업의 기득권 논리에 따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제4인터넷은행이나 특화은행을 도입하더라도 거대한 시중은행들의 과점체제를 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시장만 보더라도 5대 시중은행의 한 해 순이익 규모가 3조~4조원에 달하는 등 이미 규모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며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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