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원·이광철·차규근 등 문재인 정부 인사 3명 모두 무죄
法 “목적 정당성 인정···개인적 이익, 불법 목적 인정 안 돼”
이규원 ‘허위 공문서 혐의’ 일부 유죄···징역 4월 선고유예
‘관련 수사 무마 의혹’ 이성윤 전 지검장도 직권남용 무죄

'김학의 불법 출금' 관련 공판 향하는 이규원ㆍ이광철ㆍ차규근. / 사진=연합뉴스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관련 공판에 출석하는 이규원ㆍ이광철ㆍ차규근.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성범죄 의혹 재수사를 앞두고 해외로 출국하려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긴급하게 출국금지하면서 일어난 절차적 흠결은 직권남용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1심 판결이 나왔다. 검찰의 절차 흠결 수사를 무마하려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역시 무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이규원(사법연수원 36기·46) 검사와 이광철(36기·51)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차규근(24·55)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이들은 지난 2019년 3월 22일 김 전 차관이 자신을 향한 재수사를 피하기 위해 태국 방콕으로 출국하려 하자 잘못된 사건번호를 적거나 사후 승인 요청서에 존재하지 않은 내사번호를 적어 기재한 혐의를 받았다. 또 이러한 요청이 불법임을 알면서도 승인하고 김 전 차관의 개인정보 조회 내용을 보고받거나 이 과정을 조율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김 전 차관 출국 제재는 재수사가 임박한 주요 사건 대상자의 해외 도피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개인적인 이익이나 불법 이익의 목적을 실행하기 위한 것으로 볼만한 아무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이 검사와 차 전 연구위원이 직권을 남용했다고 할 수 없고, 그럴 고의가 있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이 전 비서관도 공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이 검사의 자격모용 공문서 작성·행사, 공용서류 은닉 등 일부 혐의만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범죄가 가벼운 피고인에 대해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유예기간을 사고 없이 지내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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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직후 이 검사는 기자들과 만나 “재판부의 판단은 존중한다”면서도 “일부 유죄가 선고된 부분에 대해서는 항소심에서 더욱 상세히 설명 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태산이 명동 했는데 쥐가 한두 마리 나온 형국”이라며 “사필귀정이란 상식적 판단을 내려주신 법원에 깊이 감사드린다. 오늘 무죄 판결을 계기로 검찰이 ‘김학의 사건’의 시작부터 오늘까지 무겁게 돌아보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차 전 연구위원 역시 “흐린 구름 사이에 싸여 잠시 빛을 잃은 진실과 상식의 빛이 정의 법정에서 다시 환하게 빛나게 된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 사진=연합뉴스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 사진=연합뉴스

불법 출국금지의 절차적 하자 의혹을 수사하려는 검찰에 외압을 가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역시 이날 무죄를 선고받았다. 같은 법원 재판부는 한 시간 뒤 열린 이 연구위원의 직권남용 혐의 선고공판에서 “범죄를 은폐해야 할 동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 당시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이던 이 연구위원은 이규원 검사 등에 대한 수원지검 안양지청의 감찰을 막았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안양지청 검사들이 대검 반부패강력부로부터 부당한 압력을 받았다고 진술하는 등 피고인이 위법한 행사를 한 것이 아닌지 의심은 있다면서도 위법하고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무죄 판결 이후 “이 사건은 도저히 기소될 수 없는 사안”이라며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은 윤석열 정치검찰이 일으킨 악의적인 프레임 전환행위”라고 말했다.

이들을 수사한 전 수원지검 수사팀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불법출금과 수사무마 관련 법원의 1심 판결은 증거관계와 법리에 비추어 전반적으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며 “항소를 통해 반드시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성접대 등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지난해 1월 관련 사건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 전 차관은 2012년 별장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뒤 경찰 수사와 검찰의 무혐의 처분, 그리고 검찰의 재수사를 거쳐 뇌물수수와 성접대를 받은 혐의 등으로 2019년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의 ‘뭉개기’ ‘봐주기 수사’ 등 논란이 있었고, 이 사례는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근거로 사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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