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수 유죄’ 재판부 “김건희는 권오수 지인···엑셀 파일로 잔고 등 관리”
검건희 모녀 계좌, 1·2차 작전 사용 확인···대통령실 “주가조작 가담 아냐” 반박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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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김건희 여사의 증권계좌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시세조종에 쓰였다는 1심 판결을 놓고 정치권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김 여사가 범죄에 관여했다고 단정할 순 없으나, 실체적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수사 명분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시사저널e가 확보한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판결문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의 계좌 3개가 총 48회 주가조작에 이용됐다.

재판부는 “계좌주인 김건희는 도이치모터스 상장 전부터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로 피고인 권오수의 지인이다”며 “위 주문들은 피고인들이 차례대로 의사 연락이 이뤄진 결과 제출된 주문이라고 인정된다. 거래 일수나 횟수가 많지 않으나 당해 거래들에서 해당 계좌는 피고인들의 의사에 따라 시세조종에 이용한 계좌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20대 대선 과정에서 도이치모터스 ‘이사’로 재직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 여사는 수강한 2011년 7월 서울대 인문대학 최고지도자 인문학과정(AFP) 원우수첩에 ‘도이치모터스 제품 및 디자인 전략팀 이사’라고 적었다. 당시 국민의힘은 “이사로 활동한 것은 맞지만 비상근·무보수직이었다”고 해명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의 다른 계좌에 대해서도 “(주가조작 세력이 사용하던) PC에 저장되어 있던 ‘김건희’라는 제목의 엑셀 파일에 해당 계좌의 주식 잔고 및 인출 내역이 기재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계좌는 시세조종에 이용한 계좌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 여사 이름의 엑셀파일(2011년 1월13일 작성)은 공소시효가 남은 ‘2차 작전’을 실행한 투자회사 사무실에서 발견돼 이 사건 증거로 활용됐다.

재판부는 또 다른 김 여사의 계좌에 대해서도 “엑셀 파일에 그 잔고 등 관리 내역이 기재돼 있는 점 등 제반 상황을 종합하면 시세조종에 이용한 계좌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의 어머니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가 도이치 주식을 자신 명의 계좌로 직접 거래한 내용도 확인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최은순이 권오수로부터 도이치모터스 주식 관련된 정보를 듣고 본인의 결정에 따라 거래했다고 보인다”고 적었다. 이 부분은 최씨의 통장이 시세조종 행위에 쓰인 것인지 판단하는 과정에서 나온 대목으로, 법원은 이 계좌가 권 회장 등의 시세조종에 사용되지는 않았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최씨의 또 다른 계좌에 대해 권 회장이 차명으로 이용한 계좌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권오수가 운영·관리했고 계좌의 이용이나 수익의 재투자까지 직접 주관했다”고 했다. 이 계좌가 쓰인 5건의 거래는 시세조종으로, 유죄로 인정됐다.

특히 재판부는 최씨와 김 여사의 계좌가 ‘1, 2차 작전’에 모두 활용됐다고 판결문에 적었다. 재판부는 1, 2차 작전의 범죄 수법이 달라 ‘1차 작전’이 포괄일죄에 포함되지 않는 점을 설명하면서 “제1단계에 이어 제2단계에서도 연속적으로 위탁된 계좌는 최은순과 김건희 명의 계좌 정도”라며 “최은순 명의 계좌는 피고인 권오수가 차명으로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 명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이용됐다는 1심 판결과 관련 “매수를 유도당하거나 계좌가 활용당했다고 해서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이 명백하다”고 반박했다. 판결문 중 범죄일람표에서 김건희 여사가 등장하는 48회 모두 ‘권오수 매수 유도’로 분류돼 있고, 이는 권 회장 등의 권유로 거래했다는 뜻에 불과하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물론 위법한 시세조종으로 유죄가 인정된 범행에 계좌가 쓰였다고 곧바로 김 여사의 공모관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반대로 김 여사가 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도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실체적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수사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주가조작은 자본시장법상 중대범죄에 해당하고, 김 여사가 작전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던 여러 정황들이 판결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며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지하고 계좌를 위탁했는지, 김 여사가 시세 조종 목적을 가지고 거래에 참여했는지 등이 쟁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이 사건과 관련해 아직 검찰 소환 조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다른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기소와 항소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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