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수 1심 재판부 “김건희 계좌, 2차 단계 통정매매에 이용”
‘김건희 엑셀 파일’ ‘세력들 문자메시지 후 거래’ 등 여러 정황

/ 사진=연합뉴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주범 권오수 회장에게 유죄를 선고한 1심 법원이 공소시효가 남은 ‘2차 작전’ 시기에 김건희 여사의 증권계좌가 시세조종 등에 쓰였다고 판단했다.

작전 세력 사무실에서 발견된 김건희 엑셀 파일, 작전 세력들의 문자메시지 이후 김 여사의 계좌에서 발생한 거래 등 김 여사의 연루를 의심케 하는 여러 정황들이 나타나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권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공소시효가 남은 2차 주가조작 시기(2010년 10월~2012년 12월)에 김 여사의 증권계좌가 시세조종 등에 쓰인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가조작) 1단계에 이어 제 2단계에서도 연속적으로 위탁된 계좌는 최은순, 김건희 명의 계좌 정도”라며 “일련의 통정매매에 이용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죄수(죄의 수)를 평가하면서 1,2차 작전 범행이 현격하게 변화해 포괄일죄로 보기어렵다는 판단을 하며 이같이 설명했다. 통정매매란 세력끼리 매매를 주고받으며 주가를 조작하고, 다른 시장 참여자들의 매수세를 유인하는 불법 매매 기법이다.

김 여사의 증권계좌가 2차 작전 시세조종에도 쓰였다는 재판부 판단이 향후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그동안 김 여사 측은 2차 작전 시기의 거래는 1차 작전 주포에게 돌려받은 주식을 정리하기 위한 개인적 거래였으며, 주가 조작 세력에게 계좌를 빌려준 것도 아니었다고 주장해 왔다. 

김 여사는 ‘2차 작전’에 해당하는 2010년 10월∼2011년 1월에도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거래했으며, 수십억원 규모의 매수·매도 거래를 통해 수억원 가량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2차 작전을 실행한 투자회사의 사무실에서 김 여사 계좌의 거래 수량이 적힌 이른바 ‘김건희 파일’이란 이름의 엑셀 파일이 확보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엑셀 파일의 내용은 실제 김 여사의 계좌내역과 일치한다. 검찰이 법정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이 파일의 작성일자는 2011년 1월13일로, 이는 2차 작전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 세력과 연락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재판 과정서 공개됐다. 2010년 11월 1일 작전 세력들은 “12시에 3300원에 8만개 때려달라 해주셈” “준비시킬게요” “매도하라 하셈”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마지막 문자 메시지가 발송된 지 7초 만에 김 여사의 계좌에서 8만주를 3300원에 매도하는 주문이 나왔다. 공판검사는 이 주문에 대해 “(김 여사가) 직원에게 직접 전화해서 낸 주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위법한 시세조종으로 유죄가 인정된 범행에 계좌가 쓰였다고 해서 바로 김 여사의 공모관계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러 의심스러운 정황이 드러나면서 김 여사 의혹을 규명하라는 요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는 “공소시효가 도래하지 않은 2010년 10월 21일부터 2012년 12월 7일까지의 2단계 주가조작에서도 김건희 엑셀 파일, 주가조작 세력들의 문자메시지 등 김 여사의 연루를 의심케 하는 자료들이 드러났다”며 “1단계 주가조작 시기의 행위는 공소시효가 만료되어 처벌이 어렵더라도 그와 유사한 행위가 드러난 2단계 시기의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이 가능하므로 관련자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권 회장의 1심 판결 이후 대통령실은 “대통령 배우자(김 여사)가 맡긴 계좌로 일임 매매했던 A씨에 대해 ‘공소시효가 이미 도과되었다’며 면소판결을 했다” “큰 규모로 거래한 B씨에 대해서도 (중략) 공범이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 여사가) 전주로서 주가 조작에 관여했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도 깨졌다”며 공식 입장을 내기도 했다. 다만 이 입장은 ‘1차 작전’에 대한 내용이고  ‘2차 작전’에 대한 해명은 담고 있지 않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