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급등과 고금리·미분양 주택 증가로 실적 악화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중견건설사의 2021년, 2022년 영업이익 비교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국내 중견건설사 상당수가 지난해 원가율 관리를 비롯한 리스크 관리에 실패하며 예년 대비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경기 불황으로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가 원자잿값 고공행진도 2년 가까이 지속된 영향이다. 경기 침체로 예년대비 실적이 악화된 것은 대형사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중견건설사가 훨씬 더 큰 수준의 낙폭을 보였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지난 한 해 동안 87억4000만원의 영업이익을 내는데 그쳤다. 이는 직전해인 2021년도 영업이익이 384억4000만원이었던 점에 견주어보면 77.3%나 급감한 수준이다. 회사 측은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주택경기 악화와 원자잿값 상승을 꼽았다. 부채도 24.5%가 늘었다.

이로써 취임 석 달 째를 맞은 정두영 신임 대표의 어깨도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6년 간 대표이사를 맡은 윤명규 사장의 경우 이마트위드미 대표를 역임하는 등 유통업계 출신이었지만 정 신임 대표는 지난 26년 간 건설현장에서 공사, 영업본부장 등을 역임한 전통 건설맨이다. 현장경험을 중심으로 흔들리는 영업성적과 재무안정성을 다잡는 중책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DL건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DL건설은 지난해 810억7000만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직전해에 2296억3000만원의 실적을 낸 것에 비하면 64.7%나 곤두박질친 수준이다. 이 회사 역시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원가율이 오른 점과 고금리 영향으로 수익성이 저하됐다. 특히 DL건설은 매출의 75% 가량을 주택건축 부문이 차지할 정도로 포트폴리오 내 주택부문 비중이 높은데, 주택부문 원가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점이 영업이익 하락에 큰 타격을 줬다. 주택건축 부문 원가율은 2021년 84.1%에서 지난해 91.9%까지 8%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DL건설 역시 실적악화가 두드러지자 조남창 대표 중도사퇴 이후 곽수윤 대표를 새로 선임한 상태다. 곽 대표이사는 DL건설의 모회사인 DL이앤씨(구 대림산업)에 입사한 이후로 대림산업 주택산업본부 건축기술팀장과 주택기획담당 상무, 고려개발 대표이사 전무를 거쳤다. 눈여겨볼 것은 고려개발에서 워크아웃을 1년 만에 졸업시킨 인물이라는 점이다. 2011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고려개발은 당시 곽 전무가 선임된 지 1년 만에 채권단 관리체제를 벗어났다. 그만큼 그룹 내 조 대표이사에 대한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전해져 단기간 내에 실적 개선을 이룰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두 곳의 실적 낙폭이 유독 컸지만 다른 중견사들도 지난해 고전하긴 마찬가지다. 금호건설은 559억원의 영업익을 냈는데 직전해 1120억원의 실적을 낸 것에 견주어보면 반토막이 났다. 태영건설도 재작년 영업익 1750억원에서 작년엔 851억원으로 50% 이상 감소했다. KCC건설은 2021년 318억8000만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11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이는 비슷한 시기 실적을 발표한 대형건설사들의 성적표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물론 건자재 가격 상승과 금리인상으로 건설경기가 둔화하면서 국내 5대 건설사들도 예년대비 좋지 않은 실적을 낸 곳도 있지만 되레 급증한 곳도 있는 영향이다. 현대건설, GS건설, DL이앤씨 등은 영업이익이 각각 22.8%, 14%, 48.1% 하락한 반면 삼성물산은 직전해 대비 영업이익이 248%나 급등했다. 실적 개선에는 해외사업이 주효했다. 대우건설 역시 76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쓴 바 있다.

업계에서는 자잿값 상승에 원가율이 오르며 중견사들이 유독 힘겨운 보릿고개를 지났지만 올해는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 완화로 일부 긍정적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철근가격이 지난해 말부터 안정세를 보이는 것처럼 시멘트 등 그 외 자재가격도 내릴 것으로 본다”며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싣고 수익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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