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과다하나 대가관계 입증 부족”···정치자금법 위반만 유죄
유리한 법정 증언 비보도 아쉬워 해···“너무 피해 많이 봤다”
검찰 적극 항소 입장···'50억 클럽' 수사는 수 년째 지지부진

'대장동 일당'에게서 아들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8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대장동 일당'에게서 아들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8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아들의 퇴직금과 성과금 명목으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국민과 기자들이 검사에게 속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유죄가 선고된 정치자금법 위반 부분도 끝까지 무죄를 다투겠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준철 부장판사)는 8일 곽 전 의원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벌금 800만원을 선고하고 5000만원을 추징하라고 명령했다.

뇌물공여와 횡령 혐의로 기소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전 기자도 무죄를 선고받았고, 곽 전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공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함께 기소된 남욱 변호사는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았다.

곽 전 의원은 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꾸리는 데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아들의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 원(세금 제외 25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대 총선 무렵인 2016년 3∼4월경 남 변호사에게 불법 정치자금 5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받았다.

재판부는 곽 전 의원 아들이 받은 50억원이 퇴직금으로 과다하다면서도 대가관계에 대한 검찰의 입증이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곽상도 피고인의 아들 곽병채에게 화천대유가 지급한 50억원은 사회 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다”면서도 “50억원이 알선과 연결되거나 무엇인가의 대가로 건넨 돈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곽상도 피고인이 아들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뇌물을 받은 것으로 의심이 드는 사정도 있지만, 결혼해 독립적 생계를 유지한 곽병채가 화천대유에서 받은 이익을 곽상도 피고인이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자로서 기부금을 한도액까지 받은 상태에서 정치자금법이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현금을 받았고 수수한 금액이 적지 않다”며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곽 전 의원은 이 돈을 ‘정치자금이 아닌 변호사 보수’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법률 상담에 따른 대가로서는 지나치게 과다해 정당한 변호사 보수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 곽상도 “무죄 날 거라 예상···피해 너무 많이 봐”

곽 전 의원은 재판 이후 “당초 생각대로 무죄가 날 거라고 생각했다”며 “정치자금법 위반 부분이 유죄가 선고된 것은 유감이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법정에서 하나은행 관계자 누구 한사람 저와 관련이 있다고 이야기 한 사람이 없었다. 뇌물이라고 이야기했던 사람도 없었다”며 “화천대유 직원들 역시 회사 내부절차에 따른 성과급을 준 것이지 저와 관련있다고 증언한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재판부가 50억원 퇴직금이 과도하다고 지적한 부분에 대해선 “저와 무관한 부분이다”며 “퇴직금을 준 회사 경영자 관점에서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도의적 책임에 대해서도 “법정에서도 ‘적은 돈인 아니다’고 말씀드렸으나 제가 뭐라 판단할 부분이 아니다”고 했다.

곽 전 의원은 검찰을 향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수사기록에 따르면 참고인들 역시 (제가) 하나은행에 발끝하나 들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며 “검사들이 (제가) 하나은행에 일을 해줬다는 식으로 언론에 흘려 기사화되고 문제가 있는 것처럼 해서 구속까지 됐다.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기소로 자신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도 했다. 그는 “1년 이상 (제가) 하나은행의 일을 봐주고 돈을 받았다는 내용으로 기사가 이어지고 있다”며 “하나은행 관련자가 법정에 나와 ‘그런일은 전혀 없었다’고 증언했는데도 이 내용을 다뤄주는 기사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나오는 대로 보도를 해달라”며 “검사에게 저만 속은 게 아니지 않느냐. 다 속았다. 이제 이런일은 그만 벌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곽 전 의원은 유죄로 인정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항소해 다투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비후보자 신분이었지만 빌려준 돈을 받은 것 뿐이다”며 “변호사 업무비용으로 과도하다는 재판부의 판단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금액이 많다 적다를 따진다면 앞으로 (변호사비를) 얼마 받을 것인지 법원에 와서 물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뇌물 무죄 판단이 향후 50억 클럽 멤버들에게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모른다. 김만배 피고인과 그분들(50억 클럽 멤버들)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알 수 없기에 답변할 수 없다”고 답했다.

◇ 검찰 “받아들이기 어려워, 적극 항소”···‘50억 클럽’ 수사는 제동

서울중앙지검은 8일 입장문을 통해 ”객관적인 증거 등에 의해 확인된 사실관계에 비춰 재판부의 무죄 판단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판결문을 상세히 분석한 후 적극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곽 전 의원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50억여원을 선고하고 25억원을 추징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한편 이날 곽 전 의원에 대한 뇌물 부분 무죄 판결로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별검사,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전관들이 연루됐다고 의심받는 ‘50억 클럽’ 수사는 동력이 떨어질 전망이다.

대장동 일당에게 모종의 도움을 주고 대가를 받았다는 의혹만 무성한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의 경우 2021년 말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지만 이후 더는 진전되지 못했다.

박 전 특검의 딸은 화천대유 직원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6월 화천대유가 분양한 아파트 잔여분 1채를 시세의 절반 가격으로 분양받았다.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로 거론된 이재명 대표에 대한 대법원 선고를 전후해 김씨와 사무실에서 여러 차례 만났다. 퇴직 후엔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했다.

김수남 전 총장은 당초 검찰 조사에서 제외됐지만 남 변호사가 대장동 재판에서 ‘2012년 김만배가 당시 수원지검장이던 김 전 총장을 만나 대장동 사업을 함께 하는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의 뇌물수수 사건을 잘 봐달라고 얘기했다고 김씨에게 들었다’고 증언하며 의혹이 재부상했다.

정치권에서는 50억 클럽에 거론되는 인물들이 법조계 고위직 출신이어서 검찰 수사가 소극적인게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제기된 의혹을 순차적으로 수사하겠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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