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원 대구가톨릭대 산학협력 교수 “P2E 경제적 가치 따져봐야”
“게임법 전부개정안, 사행성 분리···등급분류 명확해질 듯”

정정원 대구가톨릭대 산학협력 교수/사진=이하은
정정원 대구가톨릭대 산학협력 교수/사진=이하은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정부, 게임업체, 이용자가 이해하는 P2E(Play to Earn) 개념은 모두 다르다. 서로 다른 것을 놓고 논의하니 결론이 나기 어렵다. 개념 정립부터 해야 한다.”

정정원 대구가톨릭대 산학협력 교수는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대상을 논의하는 건 의미가 없고, 논란을 위한 논란을 낳을 뿐”이라고 말헀다.

사행성을 근거로 P2E(Play to Earn) 게임의 국내 서비스를 가로막는 게임산업진흥법(게임법)을 전부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게임법과정책학회를 통해 게임법 관련 연구에 참여하며 목소리를 내온 법률 전문가로 꼽힌다. 최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게임법 전부개정안도 자문했다. 게임법 전부개정안의 핵심은 사행성 게임을 게임법에서 완전히 분리했단 점이다.

정 교수를 만나 P2E게임과 관련한 최근 판결부터 현행법의 문제, 전부개정안의 핵심 내용 및 P2E게임 서비스에 미칠 영향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다음은 정 교수와의 일문일답.

P2E게임을 둘러싼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용자들은 P2E게임이 아이템을 획득해 팔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게임사는 NFT 및 블록체인을 붙여서 P2E게임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과 관련해 무엇이든 금전으로 환전할 수 있다면 P2E게임이라고 보고 있다.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대상을 논의하는 건 의미가 없고, 논란을 위한 논란을 낳을 뿐이다. 논의 대상이 명확해야 한다. 이것이 시작이다. 

P2E게임도 크립토 게임, NFT 게임 등 여러 종류로 나뉜다  

FT(Fungible Token)와 NFT(Non-Fungible Token)를 구분해서 알아야 한다. 둘 다 토큰으로서 발행의 대상이다. FT는 글자 그대로 암호화폐라고 이해할 수 있다. 코인은 한정된 수량 내에서 여러개 발행된다. 대체가능하기 때문에 한 개만 발행되지 않는다. 1비트코인은 다 동일한 1비트코인이다. 반면, NFT는 누구라도 발행 주체가 될 수 있으며, 발행되는 순간 하나뿐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위메이드의 ‘미르4'는 게임 내 재화인 흑철을 모아 드레이코로 바꾸고, 이를 위믹스로 바꾼 뒤 거래소에 팔아 돈을 버는 방식이다. NFT나 블록체인 게임이라고 얘기하기보단 차라리 암호화폐 취득 게임이란게 직관적이고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토큰증권을 자본시장법 규율 대상으로 본다는 금융위 발표가 있었는데, 게임업계 미칠 영향은

게임사들도 코인을 발행하려면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게 될 것이다. 게임사가 해외 ICO를 통해서 발행하는 코인이 국내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는 증권으로 인정받는다면 자본시장법에 따른 많은 제약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우에 따라선 현재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진 코인 생태계 관련 게임사업 모델의 변경도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최근 법원은 P2E게임 내 가상자산을 경품 제공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다른 산업에선 경품 제공 자체를 다 허용하고 있는데 게임산업에서만 금지하고 있다는 점이 의문이다. 게임법 내 경품 조항은 ’바다이야기‘ 때문에 들어온 내용이다. 경품의 핵심은 ‘몇 번째 손님에서 무엇을 주겠다’는 것이다. 즉, 사업자(경품의 제공자)가 일방적으로 제공해야 경품이 성립된다. 

그런데 P2E게임에서 NFT를 일방적으로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나. 보상을 얻기 위해선 출석해야 하거나 플레이를 통해 아이템을 획득하는 등 여러 제약 조건이 있다. 사업자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제공된 것으로 보기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소송에서 경품이 쟁점이 된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경품 여부를 따지려면 경품의 기본 개념에 포함되는지부터 따졌어야 하는데 게임위는 경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게임사는 경품이 아니라고 얘기하면서 인정을 해버린 것이다. 

- 게임산업법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임산업법의 목적은 두 가지다. 첫째는 청소년 보호다. 청소년 보호의 대표적인 조항이 등급분류다. 다른 하나는 게임을 사행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국내법은 사행성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게임은 진흥의 대상이다. 사행성과 게임을 합친 개념이 있을 수 없다. 사행성이란 성격을 갖고 있다면 일단 게임으로 볼 수 없다. 다만, 게임처럼 만들어서 이를 사행적으로 이용하는 게 문제다. 바다이야기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게임법 내 ‘경품을 제공해 사행성을 조장하지 아니할 것’이란 조항도 말이 안 되는 내용이다. 우리 법률은 사행성을 재산상 이익 득실이 우연성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재산상의 이익 득실의 전제조건은 이용자가 돈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풋과 아웃풋이 충족돼야 한다. 반면, 경품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경품을 제공해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 게임위 등급분류 권한에 대한 비판도 있다 

20조원에 달하는 게임산업을 100명 남짓한 규모의 게임위가 판단해 등급분류라는 칼을 휘두르는 게 문제다. 게임위는 등급분류를 통해 전체이용가, 12세이용가 등으로 분류하는데, 12세에 적합한 사행성, 15세에 적합한 사행성이 있을 수 없다. 처음부터 잘못 만든 개념을 10년 넘게 사용하다 보니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고 있다. 

-  최근 하태경 의원이 사행성 게임을 분리한 게임법 전부개정안을 발의했다

하 의원이 발의한 게임법 전부개정안은 ‘사행성게임물’을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사특법) 상 ‘사행행위 콘텐츠’로 바꿨다. 이는 사행성을 가진 게임이라는 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웹보드 게임 등 사행행위 모사 게임은 게임법에서 다루고, 바다이야기처럼 문제가 되는 사행행위 콘텐츠는 사특법에서 다루도록 했다. 

또 사행성 확인 권한을 경찰청으로 넘겼다. 사행행위에 참여한 자에 대한 처벌조항도 만들었다. 게임위는 수사권한이 없기 때문에 차라리 사특법으로 분리해 경찰이 확인하면 처벌도 쉽다. 게임위가 사행성 확인을 요청할 경우 경찰 측 심의위원회가 확인해주고, 게임위가 등급분류를 하는 방식이 되기 때문에 명쾌해진다. 

- P2E게임 국내 서비스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게임 아이템을 사고파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진다면 게임 아이템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검증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용자들은 게임 아이템을 얻기 위해 재산상 가치를 투입한다. 그러나 서비스가 종료됐을 때 게임 아이템은 무(無)로 돌아간다. 게임 종료와 상관없이 규범적 권리로서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논의해야 한다.

시장에서 P2E게임 정의에 대해 논의하고, 경제적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논의하는 게 첫걸음이다. 경제적 가치를 긍정할 수 있다면 소유권이나 지적재산권 등 어떤 권리로 인정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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