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채 금리 하락세···석 달 만에 2% 이상 떨어져
카드사 대출금리 오름세 지속···현금서비스, 법정 최고금리 육박
“조달금리 인하, 대출금리 반영까지 시차 있어”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영향

전업계 카드사 카드론 평균금리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전업계 카드사 카드론 평균금리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채권 시장이 안정화되면서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카드사들의 대출 금리는 좀처럼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카드론 평균금리가 15%를 넘어선 데 이어 현금서비스 평균금리는 법정 최고금리인 20%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AA+ 등급 3년물 여전채 민평금리는 4.026%로 집계됐다. 여전채 금리가 4.0%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지난해 11월 6.088%까지 치솟았던 여전채 금리는 금융당국의 채권시장 안정화 정책 등으로 하락하면서 석 달 만에 2%포인트가량 떨어졌다.

여전채 금리가 안정화되기 시작했지만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카드사들의 대출 상품 금리는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업계 카드사 7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카드론 평균금리는 15.06%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14.84%) 대비 0.22%포인트 상승한 수준으로 지난해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카드론 금리는 지난 10월, 11월 대비 상승폭이 둔화되긴 했으나 여전히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현금서비스 금리 역시 빠르게 상승하면서 현재 평균금리가 법정 최고금리(연 20%)에 근접했다. 7개 전업 카드사의 작년 12월 말 기준 현금서비스 평균금리는 18.02%를 기록했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우리카드의 평균금리가 19.43%로 가장 높았으며 뒤이어 KB국민카드가 18.45%로 집계됐다. 이외에 삼성·하나카드(17.96%), 롯데카드(17.80%), 신한카드(17.70%) 등도 17%대의 높은 금리대를 나타냈다.

여전채 금리가 하락세에 접어들었음에도 카드사의 대출 상품 금리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낮아진 조달금리가 실제 대출 상품 금리에 반영되기까지 3개월가량의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재 카드론과 현금서비스에 활용되는 자금에는 지금보다 여전채 금리가 높았던 과거 시점에 조달한 자금이 녹아있다. 조달금리 변동과 대출금리 변동의 시차 탓에 앞서 지난해 상반기에는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카드론 금리가 오히려 하락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출 상품에 활용되는 자금에는 최근에 조달한 자금 외에도 지금보다 조달금리가 높은 과거 시점에 조달한 자금 등이 섞여 있다”며 “과거 조달비용이 반영돼 있기 때문에 여전채 금리가 최근 하락세에 접어들었다고 해서 당장 대출 상품 금리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채 금리 하락세가 장기화된다면 떨어진 금리가 대출 상품 금리에 점차 반영되겠지만 최근 단기간의 추세만을 가지고 대출 금리 하락을 예견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까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는 점도 대출금리 하락을 저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향후 기준금리를 두 차례 더 인상할 것이라고 예고한 만큼 국내 기준금리 역시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며 “여전채 금리가 지난해보다는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4%대로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카드사들의 조달 비용 부담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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