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차기 회장 내정자, 구조조정 '칼잡이'로 불려
젊은임원·여성인재 중용 등 '파격인사' 전망도

서울 명동 우리금융지주 사옥 / 사진=우리금융지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외부 출신’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내정되면서 나머지 임원 인사의 변화 폭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우리카드·캐피탈 등 우리금융 계열사 14곳 가운데 8곳의 CEO가 임기가 끝난다. 최대 계열사인 우리은행은 이원덕 행장은 아직 임기가 남았지만 부행장들을 대거 교체해 변화를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최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차기 지주 회장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그는 관료 시절 구조조정 경험이 풍부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은행제도과장을 맡을 당시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한일·상업은행 합병을 주도한 바 있다. 이때 탄생한 한빛은행은 우리은행의 전신이다. 금융위원장 시절인 2016년엔 경영난에 빠진 해운·조선업종에 구조조정도 이끌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인해 세계 7위 선사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임 내정자는 우리금융 개혁 작업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은 그간 사모펀드 사태, 대규모 횡령 사건 등으로 소비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았다. 3년 넘는 기간 동안 금융사고의 중심에 서면서 직원들의 사기도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외부 출신인 임 내정자가 ‘관치’ 논란에도 이사회의 선택을 받은 이유도 대대적인 조직 개혁이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임 내정자도 이사회 결정 직후 낸 입장문에서 ‘조직혁신과 신기업문화 정립’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조직 쇄신의 ‘신호탄’은 인사가 될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지주 회장 선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계열사 CEO, 지주·은행 임원 인사가 계속 미뤄졌다. 우리금융 비은행 계열사 중 가장 규모가 큰 우리카드의 김정기 대표를 비롯해 박경훈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김종득 우리종합금융 대표 등 10명의 CEO들이 작년 말과 지난달로 임기가 종료됐다.

계열사 대표들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당시 내부 승계구도에 포함된 인물들이기에 교체에 무게가 실린다. 김정기 대표는 2020년 차기 은행장 유력 후보로 꼽힐 정도로 손태승 회장 체제의 중심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박 대표도 손 회장 임기 시절 요직으로 통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은 바 있다. 김종득 대표는 2년 임기에 추가 1년을 모두 마쳤기에 자리에서 내려올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우리금융지주,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최대 계열사인 은행은 부행장 인사로 큰 변화가 일 전망이다. 부행장 인사는 공식적으론 은행장을 비롯한 은행 이사회가 결정한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지주의 100% 자회사이기에 사실상 그룹 수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 현재 19명의 부행장 중 9인이 임기가 끝났거나 종료를 앞두고 있다. 보통 은행 부행장을 겸직하고 있는 지주 임원들도 대거 물갈이될 예정이다. 

특히 임 내정자는 인사 과정에서 우리금융의 ‘계파 갈등’ 문제도 해결해야 하기에 부담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은 그간 한일·상업은행 출신 인물들 간의 갈등으로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임 내정자도 차기 지주 회장 최종후보 3인에 선정된 직후에도 출신 은행으로 발생하는 인사 잡음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갈등을 넘어설 객관적인 인사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다. 하지만 외부 출신으로 이제 지휘봉을 잡게 된 임 후보자가 짧은 기간 동안 제대로 된 평가체계를 구축할지는 미지수란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선 젊은 임원·여성 인재를 중용하는 파격 인사가 진행될 것이란 예상도 제기된다. 최근 은행권의 인사 연령대는 낮아지고 있다. 특히 KB·신한금융지주는 은행장에 1966년대 생 인물을 임명하면서 세대교체를 이룬 바 있다. 또 우리금융은 그간 여성 임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재 우리금융은 계열사 CEO, 지주 임원, 은행 부행장 중 여성은 송현주 우리은행 부행장 한 명이다. 사외이사도 여성이 없다가 지난해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송수영 사외이사를 임명한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임 후보자 임명 당시 우리금융 계파 갈등이 다시 거론됐던 만큼 인사 변화의 폭은 클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더구나 정권 교체가 이뤄진 만큼 사외이사도 대폭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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