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다툼 예전 같지 않아···당국의 의중이 핵심" 관측도

서울 명동 우리금융지주 사옥 전경 / 사진=우리금융지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금융지주 수장 인사에 다시 이슈로 떠오른 ‘내부 갈등’이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출에 변수가 될지 관심이 모인다. 앞서 인사를 마무리한 BNK금융지주 차기 회장엔 내부 다툼에서 한 걸음 물러서 있던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이 내정됐다. 우리금융도 과거 한일·상업은행 출신 간 갈등으로 문제가 된 바 있다. 다만 내부 다툼 문제는 결국 형식적 명분일 뿐 결국 금융당국의 의지가 인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BNK 회장 인사 결정한 '계파 갈등'···우리금융, '관료출신' 임종룡 급부상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최근 차기 우리금융 회장직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임 전 위원장은 8인의 차기 회장 후보자 명단(롱리스트)에 헤드헌터 회사의 추천으로 포함된 인물이다. 우리금융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오는 27일 2~3인으로 구성된 차기 회장 최종후보(숏리스트)를 선정한다. 

그런데 임 전 위원장은 ‘출마’를 선언하면서 우리금융의 ‘내부 갈등’을 다시 꺼내들었다. 그는 경쟁 참여 결정 직후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부에서 계속 이 문제를 치유하는 게 맞는지, 아니면 과도기적이라도 외부에서 수혈이 돼서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이를 다뤄야 하는지는 판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문제’는 우리금융의 한일·상업은행 출신들 간의 갈등을 뜻한다는 것이 은행권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최근 금융지주 회장 인사에서 학연, 출신 은행 등으로 인한 파벌 싸움은 인사 향방을 가를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빈대인 BNK금융 차기 회장 내정자가 내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이란 평가를 받으면서 대권 경쟁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빈 내정자는 부산은행장을 역임하다가 후계구도에 포함되지 못하고 지난 2021년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BNK 내부에서 출신 학교에 따른 파벌 갈등이 있다는 언급을 한 이후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이 원장의 발언을 두고 업계에선 유력 후보였던 부산대 출신 안감찬 부산은행장과 부산상고를 졸업한 이두호 BNK캐피탈 대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았다. 원예고, 경성대 출신으로 갈등 구도 어느 쪽도 포함되지 않은 빈 내정자가 적임자로 떠올랐다. 

우리금융의 출신 은행 간 다툼은 오랜 기간 이어진 문제다. 우리금융의 최대 계열사인 우리은행은 한일·상업은행이 합병되면서 탄생한 은행이다. 두 은행은 모두 ‘조·한·제·상·서’라 불리던 5대 은행에 포함될 정도로 규모와 명성이 비슷했다. 이에 합병 이후부터 출신 은행에 따라 갈등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지난 2017년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채용비리 문제로 자리에서 물러난 일도 내부 갈등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번 차기 회장 선출 구도에서도 갈등의 조짐은 보인다. 이번 롱리스트 가운데 유력 후보로 꼽히는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장의 출신 은행만 보면 각각 한일·상업은행으로 갈린다. 또 내부 갈등을 어느 정도 정리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사퇴하자 한일·상업은행 출신들의 경쟁 관계가 조금씩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 갈등은 '명분'···금융당국의 '물갈이' 의지가 관건" 

하지만 내부 다툼은 금융당국이 인사개입을 위해 내건 형식상 이유에 불과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BNK금융 회장 인사에서 불거진 부산상고와 부산대 사이의 계파 갈등도 실상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다. 내부 다툼은 과거 이장호 전 BS금융지주(현 BNK금융지주) 시절 부상상고와 동아대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금융도 출신 은행 간 다툼은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존재한다. 

결국은 당국의 ‘물갈이’ 의지에 따라 인사의 방향이 결정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BNK금융차기 회장 인사의 방향을 가른 결정적인 이유는 김지완 전 회장이 ‘자녀회사 챙기기’ 의혹으로 중도 사퇴한 점이라는 해석이 있다. 우리금융도 손 회장이 사모펀드 사태로 잇달아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에 당국이 우리금융도 손 회장 임기 동안 구축된 후계구도에 포함된 현직 임원들을 모두 정리하는 쪽으로 나설 수 있단 예상이다. 

임 전 위원장이 우리금융 지휘봉을 잡는다면 한동안 '관치'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우리금융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몇 안되는 외부 인사라는 평가도 나온다. 임 전 위원장은 당국과 시장 모두에서 활약한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정통 관료인 그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했다. 임기 중 모기업인 농협중앙회를 성공적으로 설득해 KB금융지주를 제치고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한 공을 세운 바 있다. 이후 2015년부터 2017년엔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출신 은행, 학연 등으로 인한 내부 갈등은 어떤 시중은행이든 존재한다”라며 “결국 인사에 개입하려는 당국의 의지에 따라 차기 회장 주인공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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