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사업주 처벌 더 강화해야”
재계 “사고 중 경영자 부주의 따른 것 몇 건이나 되나···재해 감소 위한 법 개정 필요]”
여소야대 현재로선 법 개정 어려워···내년부터 50인 이하, 5인 이상 사업장도 적용될 가능성 有

지난해 5월 19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온산공단 에쓰오일 울산공장에서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소방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5월 19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온산공단 에쓰오일 울산공장에서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소방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산업 현장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를 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이 오는 27일이면 도입된 지 1년이 되지만 대형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 사고를 막기 위한 실질적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근로자 50명 이상 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났을 때 사업주나 경영인을 처벌하면 사고가 줄어들 것이란 이유로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됐다. 안전 사고의 책임과 이유가 사실상 사업주에게 있다고 보고 만들어진 법이다. 당시 경영계에선 경영활동 위축 등을 이유로 반발했다.

그렇게 법 시행 후 상황을 보면 도입 당시 요란하게 논란이 됐던 것이 무색하게 안전사고는 끊임없이 일어났다. 오히려 사망자가 늘어났다는 통계도 나왔다. 고용노동부가 19일 발표한 '2022년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기업(50인 이상) 사업장의 지난해 사망자는 256명(230건)으로 전년 248명(234건)보다 8명(3.2%) 많았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 받지 않는 기업(50인 미만) 사업장의 지난해 사망자는 388명(381건)으로 전년 435명(431건)보다 47명(10.8%) 줄었다.

사실 불과 1년 간 사망자수 및 사고건수 통계로 법의 효과를 세세하게 따지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다만 일단 법 도입이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하기 어려워 노동자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노동계는 이 같은 상황과 관련, 경영자에 대한 처벌을 더 강화하는 것이 답이라고 보고 있다. 민주노총은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 처벌 무력화하는 윤석열 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처벌강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재계는 잘못 여부와 상관없이 노동자 안전이 아니라 경영자 처벌 자체를 목적으로 하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보고 있다. 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장은 “기존 중대재해사고들 중 경영자 무관심 때문에 난 사고가 몇 건이나 됐는지 따져봐야 하는데 경영자 처벌을 강화하면 된다는 주장엔 그런 근거가 약하다”고 분석했다.

경영계에선 이미 예상했던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법개정 요구에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26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법률의 불명확성 등으로 대표이사만 수사하는 문제점 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임우택 안전보건본부장은 “중처법 시행 1년이 되었음에도 산업현장의 사망재해가 줄지 않고 있는 것은 형벌만능주의 입법의 폐단”이라며 “중대재해를 효과적으로 감소시키고 법 적용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중처법을 하루빨리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재로선 법개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승태 경총 산업안전팀장은 “법개정을 하려면 국회동의가 필요한데 야당 반대로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법개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들도 법적용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현재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중대재해처벌법은 내년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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