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vsCJ제일제당 납품가 갈등, 롯데까지 번져
협상안 열어놔···고물가 이어질수록 갈등 깊어질 듯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쿠팡에 이어 롯데마트·슈퍼도 CJ제일제당을 비롯한 일부 식품사와 납품가를 놓고 이견차를 보이고 있다. 유통사와 제조사는 신경전을 벌이면서도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협상은 열어뒀다. 고물가에 원부자재값 상승으로 유통사와 제조사 간의 기싸움이 예년보다 거세지는 가운데 어떤 결말이 도출될지 관심이 모인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불거진 유통사와 제조사 간의 마진율 갈등이 올해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다.

유통사와 제조사 간의 갈등 요약. / 표=정승아 디자이너
유통사와 제조사 간의 갈등 요약. / 표=정승아 디자이너

가장 먼저 갈등을 빚은 곳은 쿠팡과 CJ제일제당이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은 납품 단가와 마진율 등을 놓고 갈등을 벌이며 CJ제일제당의 비비고, 햇반 등 인기 상품 발주를 중단한 상태다. 양사는 납품가와 관련해 일부 협의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쿠팡 로켓배송을 통한 CJ제일제당의 제품은 구매할 수 없다.

쿠팡과 CJ제일제당 간의 신경전이 길어지면서 SSG닷컴, 11번가 등 이커머스 기업들은 동시다발적으로 CJ제일제당 특별 할인전을 연 바 있다.

롯데마트·슈퍼도 납품단가를 놓고 CJ제일제당·풀무원·대상 등 일부 제품 발주를 중단했다. 롯데마트·슈퍼는 현재 개별적으로 운영해왔다. 그러나 상품 소싱 업무를 통합작업하는 과정에서 각 업체가 롯데마트보다 슈퍼에 더 저렴한 단가로 제품을 공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갈등이 생겼다. 롯데는 올해 납품단가를 더 낮은, 슈퍼 쪽에 맞춰달라고 요구했으나 업체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단 롯데마트는 설 명절 직전 CJ제일제당, 풀무원 제품의 발주를 재개했고 대상은 이보다 이른 지난해 12월 말쯤 발주를 정상화했다. 롯데마트·슈퍼는 업체 간 납품단가 협상이 타결된 것은 아니다. 양측은 이달 말까지 지난해 납품가를 적용하고, 연간 납품가 협상은 이달 중 마무리 짓기로 했다.

통상 유통사와 제조사 간의 납품가 갈등은 매년 벌어진다. 그러나 올해는 고물가, 원부자재 값 상승 등으로 인한 수익성 확보 때문에 갈등 골이 깊어졌던 것으로 분석된다. 유통업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타격이 크다.

롯데마트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70억원이다. 전년 동기 190억원 적자를 냈던 것과 비교하면 선방했지만 2019년 250억원, 2020년 130억원, 2021년 320억원의 적자를 낸 바 있다. 롯데슈퍼도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 유통사, 제조사 간이 아닌 유통업계 전반의 갈등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판매 수수료를 챙기는 백화점과 달리 대형마트와 이커머스는 제조사들로부터 제품을 직매입해 창고에 두고 팔아 마진을 남긴다. 그간 더 싼 값에 매입하려는 유통사와 더 높은 값을 받으려는 제조사 간의 갈등은 상존해왔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CJ제일제당 매출에서 쿠팡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쿠팡을 상대로 싸움하는 것이 부담일 수 있다”면서 “CJ제일제당도 쿠팡을 잃더라도 네이버, SSG닷컴 등과 손을 잡을수 있는 선택지가 남아있어 어떤 협상안을 내놓을지 관심”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난 2010년 대형마트가 일명 ‘10원 전쟁’으로 최저가 경쟁에 나서며 제조사에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해 반발이 일었다. 당시 농심과 CJ제일제당은 납품 중단에 나서며 사태는 일단락 됐다. 이후 유통업계가 대형마트의 경쟁사가 단순 대형마트가 아닌 이커머스로까지 경쟁 상대가 늘면서 유통사와 제조사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즉 현재 롯데마트·슈퍼와 제조사의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마트의 경우 CJ제일제당 제품을 매대에 적극 진열해주며 일명 공생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쿠팡은 이커머스 기업이지만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위협하는 경쟁자로 여겨지기 때문에 같은 유통사여도 유통사 편을 들기보다 1위 제조사와 편을 들며 공생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유통업계는 유통사와 제조사 간의 갈등이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으면서도 협상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협상에 나설 수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CJ제일제당 간의 갈등이 발생했을 때 다른 이커머스 기업들이 CJ제일제당 할인전을 연 이유도 제조사와 한 편을 만들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며 “CJ제일제당은 국내에서 압도적인 1위 제조사여서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매대에 진열이 필연적이라 마진율을 양보해서라도 공생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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