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익명화된 영문 판정문만 공개···심상정 의원 의뢰로 국회 도서관 번역 작업
‘책임론·선방론’ 엇갈린 평가
송기호 변호사 “국민 알권리, 합리적 여론 형성 위해 공개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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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장관.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우리 정부의 3100억원 배상 책임이 인정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문 번역본이 이달 말 공개될 예정이다. 정부 책임론과 선방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번역본 공개로 합리적 여론이 형성될지 주목된다.

22일 시사저널e 취재를 종합하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국회 도서관에 의뢰한 론스타 판정문 번역이 이달 말 완성될 예정이다. 심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초벌 번역이 완료됐고 정밀성을 높이기 위해 용어나 내용을 재확인하는 단계에 있다”며 “최종 번역본이 나오면 토론회 등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보고드릴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9월28일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판정문을 영문본으로 공개했다.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번역본은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등과 관련된 공무원과 인수자인 하나금융지주 임원들의 이름 등을 비공개 처리했다. 판정문 중 특정 항목은 통째로 삭제하기도 했다. 영문 판정문에서 삭제된 대목은 1440여개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 의원은 법무부가 영문 판정문을 공개하면서 우리 정부에 유리한 내용만 발췌해 알렸다며, 분석 결과 우리 정부에 불리한 내용도 다수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는 한국에게 100% 배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지연한 배경에는 금융당국자들이 부당하게 개입한 내용도 있는데, 영문본으로는 이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법무부는 외교 기밀에 해당하거나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부분을 비공개한 것이고 대부분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한 것이라고 항변한다. 또 론스타 스스로 책임을 자초했다는 중재판정부의 ‘소수의견’에 주목하며 중재판정부 판단에 대해 집행정지와 취소 신청 등 불복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론스타 ISDS 패소 판정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3100억원의 배상 책임을 발생시킨 정부 관계자들과 금융권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비판적 시각이 있는가 하면, 청구액 6조원에 달하는 소송을 5% 배상 수준으로 막아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법무부를 상대로 판정문 원본 공개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진행 중인 민변의 송기호 변호사(법무법인 수륜아시아)는 “국민은 왜 3000억원의 세금을 론스타에 배상해야 하는지 알아야 하는 권리가 있다”며 “판결문 원본과 번역본 공개는 필수적이고 이를 통해 합리적 여론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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