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고정비부터 절감, 해외출장·내부살림 감축
삼성전자, 반도체 수요 부진에 감산設까지···“임직원 합심해 생존 목표”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재계가 설 명절 이후 허리띠를 더욱 졸라맨다. 글로벌 경기침체 및 유례없는 대내외 불확실성에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주요 기업들은 관련 플랜 가동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말 열린 사장단회의에서 계열사별 생존전략 마련을 주문했다. 설 명절 전까지 마련한 이 전략은 연휴가 끝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핵심은 고정비 감소다. 불필요한 경비의 절감과 해외출장 인원 최소화 등으로 내부 살림살이부터 아껴 경제위기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는 최근 글로벌 지역 전문가로 선발된 120명에 대해 파견 취소 통보를 보냈다.

지역 전문가 파견 제도는 삼성 계열사가 30여년간 운영해온 인사 제도다.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해외 주요 지역으로 출장을 보내 경험치를 쌓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 전문가 1인당 연봉 외에 1억원이 넘는 체류비가 지원돼, 비용 부담으로 취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일각에선 반도체 수요부진으로 삼성전자가 ‘감산’에 나설 수 있다는 예측도 내놓는다. 회사 측은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지난해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4조30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9% 줄어든 상황에서 예전 생산량을 유지하기는 사실상 힘든 상황이다.

경쟁사들이 생산량 조절이나 공정 연기에 돌입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만 홀로 생산량을 유지한다면 재고가 쌓일 수밖에 없다. 시장에선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만큼 합리적인 선에서 재고를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생산라인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 역시 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임원·팀장급의 활동비 등을 감축하며 경영 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임원·팀장의 복리후생비와 활동비, 업무추진비 등을 감축하기 위해 임원 1인당 할당 예산을 50%, 팀장은 30%를 삭감했다.

현대차와 LG, 롯데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생존을 위해 내부 체질 개선에 집중하면서 현금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의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9조585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53.1% 늘었다. 기아 역시 같은 기간 28.3% 증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마른 수건을 짜내는 것처럼 기존 비용을 아끼는데 주요 기업들이 여념이 없다”며 “회사 내부 체감 경기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슷하다. 임직원 모두가 비상경영체제 하에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기업생존을 위한 단합과 합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