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촌 ’종로 평창동·성북동 인근 위치한 청운중···오너 일가 다수 졸업
정기선, ‘동갑내기’ 장선익·유석훈보다 빠른 경영권 승계

정기선 HD현대 사장(왼쪽)과 장선익 동국제강 전무. /사진=각 사
정기선 HD현대 사장(왼쪽)과 장선익 동국제강 전무.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청운중학교는 오너 일가가 다수 졸업한 곳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조원태 한진 회장 등이 대표적인 청운중 출신이다.

‘청운중 1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현재 각 기업을 대표하는 얼굴로 자리 잡고 경영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의 바통을 이어 받은 이들은 ‘2세대’로 꼽히는 정기선 HD현대 사장과 장선익 동국제강 전무, 유석훈 유진기업 부사장 등이다. 2세대들은 소속 기업에서 주요 보직을 맡아 1세대의 뒤를 이을 준비에 착실한 모습이다.

이재용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조원태 회장은 1980년대 중후반 청운중을 졸업한 인물들이다. 이 곳은 청와대가 근처에 있고 종로 평창동과 가회동, 부암동 등 부촌 지역에서 가깝다. 청와대가 위치한 효자동 삼거리에서 청운중학교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다.

이 회장과 정 부회장 등이 청운중 졸업 후 입학한 경복고등학교도 바로 옆에 있다. 경복고 학생 중에는 청운중 출신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이유로 오너 일가 중 청운중을 졸업한 이들이 많은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명문 사립초를 졸업한 후 국제학교에 입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하지만 청운중 1~2세대가 중학교에 입학하던 시기에는 국제학교가 없어 국내 대표 부촌으로 꼽히는 평창동과 성북동 등과 인접한 이 이 학교를 많은 오너 일가들이 다녔다”고 귀띔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사진=각 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 사진=각 사

정기선 사장과 장선익 전무, 유석훈 부사장 등은 1982년생으로 같은 시기에 청운중을 다닌 동창들이다. 이 가운데 현재 가장 활발한 경영활동을 하고 있는 인물은 정기선 사장이다. 그는 최근 사명이 변경된 HD현대의 그룹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대내외 활동을 진행 중이다.

정 사장은 새해부터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과 스위스 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 참석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에 동행하기도 했다. 재계에선 정 사장이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그룹 주요 계열사인 한국조선해양 대표와 지주사인 HD현대의 대표직을 겸직하면서 사실상 경영승계가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고 분석한다.

정 사장의 부친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2002년 이후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면서 권오갑 HD현대 회장 등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정 사장이 권 회장과 HD현대 공동대표를 맡으며 빠른 시간 안에 ‘정기선 1인 대표 체제’가 구축될 것으로 확실시된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장남인 장선익 전무는 지난해 인사에서 상무 취임 2년 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그는 2016년 과장에서 차·부장직을 건너뛰고 이사로 승진한 바 있다. 이후 2020년 상무가 됐고, 지난해 인사에서 전무가 된 것이다. 장 전무는 승진과 함께 본사 구매실장에 임명됐다.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유석훈 부사장은 2014년 부장으로 유진기업에 입사한 다음해인 2015년 사내 등기임원에 선임돼 이사회 멤버로 활동해왔다. 2021년 인사에서는 전무를 거치지 않고 상무에서 곧바로 부사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현재는 그룹의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신성장동력 발굴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정기선 사장의 경우 정몽준 이사장이 이른 시기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다른 청운중 멤버들보다 빠르게 승계 작업을 마무리짓고 있다”며 “유석훈 부사장과 장선익 전무의 경우 부친들이 각 기업에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어 경영승계 완료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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