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반도체 뼈아픈 과거···1999년 정부 구조조정으로 현대전자와 합병된 후 SK에 흡수돼
차량용 반도체 키워낼지 주목···단기간 성과 어렵지만 전장 사업 바탕으로 고객사 넓혀갈 가능성도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전경. /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LG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과거 반도체 사업을 접어야 했던 아픈 과거를 딛고 새 먹거리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실제로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선다고 해도 시장에서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도체’하면 삼성과 SK를 떠올리는 시대이다 보니 LG그룹이 한때 반도체 사업을 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1989년 금성일렉트론(LG반도체의 전신)을 세우며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던 LG는 램버스D램 부문만큼은 세계 최고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LG반도체는 인텔이 램버스D램을 채택하기로 하며 기대를 받았으나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 당시 정부 및 전국경제인연합회 주도로 이뤄진 구조조정에 의해 현대전자와 합병돼 사업을 접어야 했다. 이 현대전자를 SK그룹이 인수하며 지금의 SK하이닉스가 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LG그룹으로선 상당히 뼈아픈 과거라 할 수 있다.

만약 LG가 반도체사업을 계속 영위했다면 삼성전자와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사실상 가전에 수익을 의존하는 LG전자와 부품과 세트를 동시에 하는 삼성전자는 수익성 및 사업 안정성 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최근 메모리 가격 하락이 TV, 노트북 등을 파는 LG전자에게 호재가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이마저도 현실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한 업계 전문가는 “부품 가격하락 속 이익을 얻으려면 이때 판매를 늘려야 하는데, 불경기로 물건 자체가 팔리지 않다 보니 그것도 불가능하다”며 “가전이라는 것은 한번 바꾸면 몇 년 간 그대로 쓰기 때문에 코로나19때 누렸던 호재가 앞으로도 이어질지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과거 반도체 사업을 떠나보내야 했던 LG가 차량용 부문에서 새롭게 반도체 사업을 키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LG전자는 차량용 차동차 부족현상이 벌어졌던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ISO 26262’ 인증을 받았다. 일단 전자제어장치(ECU)와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전력관리반도체(PMIC) 프로세스는 구축한 것이다.

미래사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전장사업과 더불어 차량용 반도체 부문을 키워내면 LG로선 ‘LG반도체’를 접었던 한을 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메모리 부문인 차량용 반도체는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출하기만 한다면 가전에 의존하는 LG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

다만 현재로선 쉽지는 않은 여정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차량용 반도체의 특성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인사는 “차량용 반도체는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 입장에선 오랜 기간 쌓인 신뢰가 중요하고, 이 때문에 새로운 사업자가 뛰어들기 어려운 분야”라고 설명했다.

LG의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는 단기적으로는 쉽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포석을 둔다는 측면에서 보면 해 볼만한 도전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기차 관련 모듈공급에 나서고 마그나와 합작하며 고객사들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시장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애플카와 협력 가능성도 변수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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