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붐 마중물' 모태펀드 40% 삭감
'민간 주도'는커녕 오히려 민간 출자 줄어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에서 국내 스타트업이 혁신상을 휩쓸었다. 투자 빙하기로 많은 기업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K-스타트업의 국제적 위상은 업그레이드됐다.  

혁신상은 CES를 주최한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가 27개 전시 부문별 혁신 기술과 제품에 수여하는 상이다. 올해 CES에서는 국내 벤처기업 111곳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2019년 7개사에 불과했던 혁신상 수상 기업은 지난해 71개사로 크게 늘어난 데 이어, 올해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최고 영예 '최고 혁신상'에도 국내 스타트업이 5곳이 이름을 올렸다. 닷인코퍼레이션, 그래핀스퀘어, 지크립토, 마이크로시스템, 버시스 등이다. 미국, 일본, 대만, 프랑스, 스위스, 네덜란드 등 다양한 나라의 혁신 스타트업이 모인 스타트업 전시관(유레카 파크)에도 국내 참가 기업은 300곳으로 가장 많았다.

글로벌 무대에서의 K-스타트업 열풍은 한층 뜨거워졌지만, 국내 업계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는 분위기다. 투자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금 수혈이 어려워지자 인력 감축은 물론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유니콘 기업들마저도 상장 철회로 숨 고르기를 택했다.

스타트업 생태계 전체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민간 주도'의 생태계 전환을 향해 달리고 있다. 제 1·2벤처붐을 이끌며 벤처투자 시장의 마중물 역할을 해온 모태펀드 예산을 지난해(5200억원)보다 40% 줄이며 시장이 위축됐다.

이를 우려해 지난해 말 역동적 벤처투자 활성화 방안을 내놓긴 했지만, 기존 벤처펀드 혜택과 큰 차이가 없는 데다,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 출자할 기업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미 정부의 '민간 주도 전환' 의도와는 달리, 민간 출자 비율이 오히려 줄면서 펀드 조성에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 

민간 주도의 생태계 전환을 위해 꼭 모태펀드 예산을 깎아야만 했는지도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모태펀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민간 투자를 장려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게 더 큰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이번 CES에 참석해 K-스타트업의 위상을 확인했다. 이들의 혁신이 움츠려들지 않도록 중기부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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