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기준금리 연 3.25%→3.5% 인상
“금통위 견해, 물가·성장 흐름 전제···반드시 지키는 정책 약속 아냐”
“한미 금리 차, 기계적 판단 바람직하지 않아”
“금리 조정을 통한 부동산 시장 대응 적절하지 않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연내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금리 인상기 최종 기준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위원 간 의견이 3.5%와 3.75% 전망으로 절반씩 나뉘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중장기적으로 목표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으면 그때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확신이 있기 전에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3.25%에서 3.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번 금리 인상 결정에 대해 주상영 위원과 신성환 위원은 기준금리를 3.25%에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로써 금통위는 지난해 4월, 5월, 7월, 8월, 10월, 11월에 이어 올해 첫 회의에서도 금리 인상을 결정하면서 한은 사상 처음으로 7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창용 총재는 “올해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지만 물가 오름세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며 “금통위는 물가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최종금리 수준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금통위 위원 간 의견이 3.5% 전망 3명, 3.75% 전망 3명으로 절반씩 나뉘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가 논의하는 것은 현 상황에서 향후 3개월 기간에서 볼 때 기준금리의 정점이 얼마가 될지에 관한 내용”이라며 “이번 회의에서 세 분은 최종금리를 3.5%로 보고 그 수준에 도달한 이후에는 당분간 그 영향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나머지 세 분은 상황에 따라서는 최종금리가 3.75%도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통위의 견해는 현재 예상되는 물가와 성장 흐름, 금융 외환시장 상황 등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그 수준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정책 약속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미 금리 차에 대해서는 “100bp(1bp=0.01%포인트)는 위험하고 150bp는 아주 위험하다는 식의 이론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며 “환율을 움직이는 다양한 요인이 있는데 환율 움직임 기대에 비하면 금리 차 영향은 제한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계적으로 얼마 이상이면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가 떨어지는 현상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석을 내놨다.

이 총재는 “시장금리 수준이 낮은 것에 대해서는 경기 침체 때문이냐 물가 때문이냐 등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며 “미국처럼 내수 중심은 경기와 연관시킬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경기 영향이 없더라도 에너지 가격이 떨어져서 물가가 하락하면 향후 금리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한국에서 3년물과 초단기물 사이 금리역전 현상이 생기는 것을 경기침체 신호로 해석할 수 있지만 달리 해석하면 에너지 가격이 떨어져 중장기금리가 떨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금리 정책으로 막아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부동산 시장은 미시적으로 재정정책을 통해 접근해야 하는 영역”이라며 “시장 연착륙을 위해 재정정책 및 정부의 규제 정책 등이 우선된 다음 한국은행이 부분적인 유동성 공급 등으로 진행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를 가지고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을 막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부동산 시장 안정은 부분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해야지 금리 조정으로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4분기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 뒤 올해 성장률도 지난해 11월 당시 내놓은 전망치인 1.7%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해 11월에는 (우리 경제의 올해 성장률을) 1.7%로 봤는데 한 달 좀 넘었지만 그 사이 지표로 볼 때 성장률이 그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2주 뒤에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을 발표하는데 그동안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많이 번졌고 반도체 경기 하락, 이태원 사태 등의 이유로 지표가 좀 나쁘다”며 “음(-)의 성장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총재는 아직 경기 침체를 얘기하기엔 성급하다고 진단했다. 재정 조기 집행이 기대되고, 미국 및 유럽의 성장세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또한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줄면서 경기 회복세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올해 상반기 어려운 시기가 예상되지만 이를 경기 침체로 얘기하기에는 성급하고 경기 침체의 경계선에서 데이터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전세계 공통 현상이고 다른 주요국 경기 침체 가능성에 비해서는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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