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동급 수입차 대비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품질이 장점
벤츠·BMW가 제네시스의 상품 경쟁력 확보에 영향 미쳐
전기차도 마찬가지···수입차와 건강한 경쟁해야 발전할 수 있어

[시사저널e=유주엽 기자] #몇 달 전 G70 소유주를 만났다. G70·스팅어 동호회장이었는데 차량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장난스레 그 돈이면 BMW 3시리즈를 사지 않냐고 묻자 열변을 토했다. 3시리즈보다 가격은 낮지만 높은 출력과 고급스러운 실내를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헤어지기 전엔 굳이 시동을 걸어 배기음을 들려줬다.

국산차가 무슨 프리미엄 브랜드냐는 비아냥이 있었지만 제네시스는 성공했다. G70은 스포츠 세단 특성상 판매량이 낮은 편이지만, G80은 지난해 4만7154대가 판매됐다. 국민 세단 쏘나타 4만8308대, 경차 캐스퍼 4만8002대와 유사한 수준이다. 가격은 G80이 쏘나타보다 2배, 캐스퍼보다 4배 비싸다.

제네시스의 성공엔 수려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품질, 그리고 동급 수입차 대비 저렴한 판매가격이 있었다. 제네시스는 종종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과 비교된다. 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이다. G80은 E클래스보다 최소 1350만원, 최대 5820만원 저렴하다.

제네시스가 이처럼 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을 확보할 수 있었던 건 벤츠와 BMW의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를 기획할 때 고급 수입차 브랜드를 인식하지 않았을 리 없다. 고급 수입차의 존재는 제네시스가 보다 좋은 품질을 확보하고, 보다 저렴한 가격에 출시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최근 현대차, 기아 전기차의 국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보조금 정책이 국산차에 유리한 방향으로 개편되며 현대차·기아 전기차의 점유율은 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수입 전기차의 혜택은 줄어들어 국내 판매가 불리해질 전망이다.

발전을 위해선 경쟁이 필요하다. 수입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혜택이 지나치게 줄어들면 건강한 경쟁이 어려워진다. 해외에선 공정한 경쟁이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에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했고, 유럽연합은 핵심원자재법(CRMA)을 준비하고 있다. 공정한 경쟁을 거쳐 나온 소비자들의 평가와 이를 종합한 데이터가 국내 제조사들에겐 필요하다. 

물론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한 상황에서 자국 브랜드에 대한 보호와 지원은 일부 필요하다. 현대차그룹의 발전엔 든든한 내수 판매가 있었다. 전기차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다만 그 정도가 지나쳐선 안 된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위해, 국내 완성차 업계의 발전을 위해 적절한 선에서의 보조금 정책 마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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