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택 스마트스터디벤처스 상무 “투자는 설득”

박형택 상무/ 사진=본인 제공
박형택 상무/ 사진=본인 제공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국내 벤처캐피털이 게임산업에 투자한 비중은 10년 전 10%에서 지난해 2.6%로 크게 줄었습니다. 게임사가 투자유치를 이끌어내려면 설득 전략을 잘 세우는 게 어느때보다 중요합니다.”

코로나 엔데믹 전환에 이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올해 게임 기업들의 투자 유치가 더욱더 힘들어지는 것 아니냔 우려가 나온다. 

박형택 스마트스터디벤처스 상무는 투자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결국 설득해야 하는 것”이라며 투자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투자자와의 신뢰를 쌓고, 개발 일정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상무는 벤처캐피털(VC) 업계 10년 동안 투자 심사역으로 활동해온 베테랑이다. 그의 강점은 투자경험과 게임업계 실무 경험을 모두 갖췄다는 점이다. 박 상무는 대학시절 게임사를 창업해 3년간 게임사를 운영하며 우수벤처기업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이후 청강문화산업대 게임콘텐츠스쿨에서 게임기획 및 비즈니스를 강의했다. 

 

다음은 박 상무와의 일문일답.


- 국내 벤처캐피털의 게임산업에 대한 투자 현황은

10년 전 벤처캐피털에서 게임산업에 1년 동안 투자한 금액이 1500억~2000억원이었다. 지금도 1500억~2000억원 사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나온 데이터를 보면 누적 투자액은 1400억원으로 한해 결산을 내보면 1600억~1700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게임산업 투자 금액은 1700억원으로 10년 동안 규모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2013년 이후 계속 감소하면서 2019년 1250억원까지 줄었다가 2021년 2300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절대 금액만 보면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비중으로 보면 게임산업에 대한 투자가 크게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10년 전 국내 벤처캐피털의 전체 투자 금액이 1조6000억원이었다. 게임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이 10%가 넘었다. 2021년 전체 투자액은 7조7000억원으로 게임산업 투자 비율이 3%까지 줄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는 2.6%로 게임산업에 대한 투자 비율이 꾸준하게 감소하고 있다. 

- 게임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이 감소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게임산업 자체는 계속 성장해왔지만, 게임산업에 대한 인식 자체가 나빠진 게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게임을 중독물질이나 청소년들의 학습권과 수면권을 방해하는 주범으로 보고, 규제 논의가 계속 나왔다. 이는 부정적 인식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산을 투입하는 ‘문화콘텐츠투자조합’에서 게임 특화 예산 자체가 적다. 문체부 예산 대부분이 영상 콘텐츠가 메인이고, 게임은 메인이 아니다. 게임을 전문으로 하는 예산은 액수도 적고 전문 심사역도 부족하다보니 발언권도 크지 않다. 

- 스마트스터디벤처스의 투자 현황은

스마트스터디벤처스는 2019년 설립된 회사고, 2021년 9월 첫 콘텐츠 펀드인 베이비샤크 넥스트유니콘 IP 펀드를 만들었다. 투자 자산 규모는 400억원 수준으로 5분기 동안 220억원을 투자했다. 이 중 30%를 게임사에 투자했다.

투자 전략 중에 게임 투자에 대한 니즈가 있었기 때문에 게임 투자 비율이 아주 높은 편이다. 게임은 잘 되면 투자 수익률이 높은 섹터다. 투자 시 5~10배 수익을 예상하면서 투자한다. 10개 업체 중 한 곳만 수익을 내도 나머지 손실을 메워줄 수 있다. 여기에 일정 수준의 수익을 낸 업체가 1~2개 나오면 전체 펀드 수익률이 10% 정도 된다. 아직까지 투자 기간이 짧아서 투자금 회수는 못 했지만,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 지난해 투자한 게임사는 어디인가
 

하운드13, 오블리크게임즈, 루트엔스튜디오 등이 있다. 하운드13은 스타 개발자인 박정식 대표가 이끄는 회사로 그래픽 퀄리티에 강점을 갖고 있다. ‘헌드레드 소울’이란 모바일 액션 RPG를 서비스하고 있고, 콘솔 게임 ‘프로젝트M’과 오픈월드 게임 ‘프로젝트D’를 개발하고 있다. 

오블리크게임즈는 인디게임사로 방치형 게임 ‘마도사 키우기’를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도트그래픽의 모바일 슈팅액션 ‘소울런처’를 출시했으며, 올해에도 1~2개의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루트엔스튜디오는 20년 전 스릴러 게임으로 유명했던 ‘화이트데이’ IP를 기반으로 ‘화이트데이2’를 개발하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4와 PC플랫폼 ‘스팀’을 겨냥해 제작하고 있으며 올해 2분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올해는 기존 게임사에 대해 계속 투자를 비롯해 최소한 2곳 이상의 게임사에 투자할 계획이다. 

- 투자를 결정할 때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게임사 대표는 PD로서 역할과 게임사를 경영하는 경영자로서 역할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한다. 게임사 대표들은 게임만 잘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사실은 투자자는 투자 시 경영자로서의 대표를 보는 것이지 제작사 PD로서 대표를 보는 것은 아니란 점이다. 

게임사와 투자자 사이에 신뢰를 쌓는 것도 중요하다. 투자를 심사하는 과정은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소요된다. 투자를 결정해 회수하기까지 짧으면 2년, 길게는 5년이 걸린다. 처음 투자를 받고 난 후 기획의도나 스케쥴이 바뀐다면 신뢰를 쌓는 데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출시 일정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게임은 인건비가 투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평균적으로 전체 투자 금액의 80%가 인건비로 나간다. 20명 규모 회사의 경우 개발 기간이 한 달씩 늘어날 때마다 전체 개발비가 1억원씩 늘어난다고 보면 된다. 일정이 잘 지켜지는지, 개발이 길어지면 추가적인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등을 고려한다.

- 게임사 입장에서 투자유치 팁이 있다면 

투자자마다 평가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투자유치 전략을 명확하게 세우는 게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투자는 설득이다. 형식적으로 만들어진 IR 템플릿을 따르기보다 나만의 스토리텔링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최근 인상 깊었던 두가지 사례가 있다. 한 대표는 본인이 생각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가설을 세우고,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일정 예산이 필요하니 투자해 준다면 가설이 맞다는 걸 증명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동의해 투자를 결정했다.
 
또 다른 대표는 본인이 게임을 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왜 게임 회사를 만들게 됐는지, 게임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어떤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지 스토리텔링을 했다. 이 게임이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다면 올릴 수 있는 예상 판매량과 예상 수익이 얼마인지 말하는 방식으로 논리를 풀었다. 

- 올해 글로벌 겨냥 신작이 많은데, 고려할 사항은 

해외를 공략하기 위해 해외 사용자들의 요구를 분석하고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게임의 볼륨이 클수록 마케팅할 대상 국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국가마다 음식 취향도 다르고 옷 입는 취향도 다른 것처럼 게임 즐기는 취향도 분명히 다르다. 콘텐츠를 많이 담으면서 전세계 국가의 사용자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은 어렵다. 하드웨어를 선정하는 것부터 장르, 게임 밸런스, 그래픽 아트까지 특정 시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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