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인 "주주환원 확대하라"···행동주의 본색
대출성장, M&A 등 경영진 전략과 배치
3대 주주인 OK금융과 연합 가능성도

/자료=JB금융지주,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JB금융지주의 2대 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가 최근 주주환원을 확대하라고 목소리를 내면서 JB금융의 주요 주주들 간의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얼라인은 JB금융의 최대 주주인 삼양사의 우호세력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얼라인이 경영의 핵심 사안인 배당정책부터 목소리를 내자 삼양사의 고민이 클 것이란 평가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최근 간담회를 열고 금융지주을 상대로 자본 배치 정책을 바꾸고 주주환원율을 50% 이상으로 올릴 것을 요구했다. 대출자산 성장을 위해 자본을 소진하지 말고 배당, 자사주 매입에 우선 투입하라는 것이다. 얼라인은 다음달 9일까지 국내 7개의 금융지주사가 공개 주주 서한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 않을 경우 주주 제안 등을 포함한 실력 행사에 나서겠다고 전했다. 

얼라인은 JB금융에 다른 금융지주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얼라인은 JB금융 지분 14%를 보유한 2대 주주이기 때문이다. 올해 3월 JB금융 주주총회에서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할 경우 표결에서 시작부터 10%가 넘는 찬성표를 확보할 수 있다. 얼라인은 지난해 앵커에퀴티파트너스(PE), 아시아 얼터너티브스 (Asia Alternatives) 등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한 지분 14%를 주당 9000원에 총 2482억원을 지불해 인수했다. 

일각에선 최대 주주(지분율 14.61%)인 삼양사가 혼란스러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얼라인이 새로운 주주가 될 당시 금융권에선 삼양사의 ‘우군’이란 평가가 많았지만 이번에 '행동주의' 펀드로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삼양사는 최근 3대 주주로 올라선 OK금융그룹(지분율 11.42%)으로 인해 이사회 주도권을 유지하는데 있어 위협을 느꼈다. OK금융은 2020년 하반기부터 JB금융의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인 결과 지분율은 두 배가 넘는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에 우호 세력을 확보하기 위해 얼라인을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더구나 얼라인에 지분을 넘긴 안상균 앵커PE 대표가 삼양사 일가에 소속된 인물인 것도 얼라인이 우호세력이란 관측에 힘을 실었다. 안 대표는 경방 오너 일가 사위이고 경방은 삼양그룹과 혼맥으로 연결돼 있다. 2015년 JB금융 유상증자에 참여한 데도 이 같은 인연이 작용했다. 안 대표가 경영진 및 기존 주주사와 대립각을 세울 사모펀드에 지분을 넘길 이유가 없다는 것이 당시의 주된 해석이다. 

얼라인의 이번 요구는 JB금융 경영진의 사업 방향과 배치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JB금융의 자본 여력은 크지 않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은 11.43%로 12%를 밑돌고 있다. 주주환원 규모를 대폭 늘리려면 대출자산을 적게 늘려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위한 자본여력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전북·광주은행은 그간 다른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으로 대출자산을 늘렸다. 경영 목표를 수정해야 하는 셈이다.  

또 그룹 핵심 성장전략인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김기홍 JB금융 회장은 M&A가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책보다 우선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얼라인은 M&A보다는 주주환원 정책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금융지주의 기업가치 수준에선 신규 M&A를 할 것이 아니라 그 자금으로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얼라인은 최대주주인 삼양사와 주주환원 확대 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하진 않은 상황이다.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삼양사와 협의한 바는 없다”라며 “다만 얼라인이 주장하는 바는 경영진의 경영 전략과 다소 다를 순 있어서도 삼양사의 뜻과 반대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삼양사도 주주이기에 자사주매입, 배당확대는 원칙적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최대주주의 영향력 아래 정해진 경영 방침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것은 삼양사 입장에서 반길 만한 일은 아니라는 평가다. 더구나 얼라인이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 OK금융과 손을 잡으면 삼양사는 이사회에서 주도권을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더구나 얼라인은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행동주의 펀드라는 점도 삼양사 입장에선 부담이란 평가다. 지난해 4월 얼라인은 0.91%의 지분으로 SM엔터테인먼트 감사 선임에 성공한 바 있다. 최근엔 SM엔터 이사회에 진입하는 것까지 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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