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OLED도 추격···BOE, 아이폰 패널 최대 공급사 가능성 제기
업황 악화에도 ‘미래 경쟁력’ 직결된 투자는 과감하게 이뤄져야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디스플레이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악전고투’가 예상된다. 지난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TV와 스마트폰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전방시장이 부진에 빠졌고, 올해도 소비심리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다.

국내 양대 패널업체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서로 다른 상황 속에서도 엄중한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역대 최대인 5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점쳐지지만, 업황 악화 여파에 올해는 ‘시계제로’다. 순항 중인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문과 달리 대형 패널 사업의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단 과제도 있다.

적자에 빠진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 1조2000억원 이상을 기록한 데다 주력 사업인 대형 OLED 패널은 예상보다 시장 확대가 더딘 모습이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시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회복과 반등이 나타나곤 했던 과거 상황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이라며 “사상 초유의 시장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올해 상반기까지는 큰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올해 투자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10월에 열린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재무건전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필수 경상투자 외에 투자 및 운영비용을 최소화할 계획”이라며 “설비투자는 현금흐름 기준으로 에비타(EBITDA,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수준, 발주 기준으로는 감가상각비 절반 수준에서 집행될 수 있도록 기존 계획을 재검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사의 미래 경쟁력이 달린 투자 규모 축소는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 설비투자에 조 단위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단 점에서 실적 개선과 재무 건전성 회복을 위해 투자 폭이 하향 조정되는 건 불가피한 일이지만, 초격차 기술과 연구 역량 확보·인재 양성 등이 늦춰져서는 안 된다.

중국은 글로벌 디스플레이 매출에서 이미 한국을 제쳤고, 국내 기업들이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는 OLED 분야까지 호시탐탐 넘보고 있다. 이대로라면 중국이 액정표시장치(LCD)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5년 내에 OLED 분야도 장악할 수 있단 위기감이 감지된다. 외신에서 중국 BOE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애플 아이폰 패널의 최대 공급사가 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국내 기업들이 중국과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해 이뤄져야 하는 건 과감한 투자다. 위기 속에서도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 투자 규모는 줄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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