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거취 관심···연임 위해 법적 대응 가능성 주목
금융당국의 상식적인 지적 무조건 관치로 볼 수 없어
일부 발언서 기대와 감정이 드러난 점은 아쉬워
불필요한 말 삼가고 잠재적 불안요인에 대해 금융사와 협력하며 긴밀히 대응해 나가야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지난해에는 금융권 곳곳에서 관치금융, 낙하산 인사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사실 관치 논란은 인사철마다 어김없이 불거졌지만 정권 교체 이후 첫 번째 금융권 인사여서 그런지 몰라도 유독 유난스러웠다.

현재 대부분의 주요 금융사들이 인사와 조직개편을 마무리한 가운데 관치 논란은 대체로 주춤했거나 기우였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정부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국책은행이 낙하산 대신 잇따라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CEO)를 내정하면서 관치 논란을 불식시켰다는 분석이다. 

국책은행 중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에서 내부 출신 행장이 선임됐다. 국책은행은 통상 정부 고위직으로 통하는 등용문이어서 기획재정부 등 정부 출신 관료나 대통령 선거 캠프에 참여했던 금융 전문가가 수장으로 가는 것이 관례였다. 

물론 면밀히 살펴보면 관치는 분명 있었다. 현 산업은행장인 강석훈 회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강 회장은 선거대책위원회 후보 비서실 메시지 팀장으로 활동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특보로 윤석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그렇다면 현재 관치 논란은 완전히 해소됐을까? 업계의 관심은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거취에 집중되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금융회사 임원의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5단계로 구분된다. 문책 경고 이상은 3~5년 금융사 취업을 제한하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손 회장이 원안대로 금융위원회에서 문책 경고의 제재를 받으면 연임이 어렵다.

손 회장이 연임을 하기 위해서는 라임펀드 중징계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소송을 포기하고 퇴진하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 이어 김주현 금융위원장까지 나서 손 회장의 용퇴를 종용하는 듯한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지주사 전반을 통제하고 검사·감독하는 당국 수장들이 손 회장의 연임을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만큼 손 회장의 연임은 쉽지 않다.

여전히 관치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발언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당국이 낙하산 인사를 내정한 것도 아니고 라임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의 잘못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일말의 낙하산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최근 수출입은행과 기업은행 선례만 놓고 보면 이 또한 기우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사실 금융당국의 상식적인 지적을 무조건 관치라고 볼 수는 없다. 지난해 11월 이 원장은 간담회 자리에서 이사회와 경영진의 구성·선임과 관련해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을 선임하는 것은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다"며 "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승계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너무나도 당연하고 원론적인 발언이다. 

이런 발언조차도 관치라고 하면 아무런 지적을 하지 않고 침묵하면 관치가 아닌가? 정당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회피만을 생각한다면 당국의 역할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금융기관의 투명하고 합리적인 지배구조 안정을 위한 정부의 개입은 시장조정자로서 의무이지 결코 관치금융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후의 금융당국 수장 발언에서 기대와 감정이 드러난 점은 분명 아쉽다.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소송 논의는 부적절하다. 굉장히 불편하게 느껴진다" 등이 바로 그것이다. 당국 수장의 말 한마디에 눈치를 보는 금융회사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징계 그 자체로도 충분했다는 뜻이다. 

물론 '본뜻과 다르다'며 억울할 수는 있다. 그러나 당국이 금융시장의 안정을 생각한다면 불필요한 발언은 삼가고 다가올 잠재적 불안 요인에 대해 금융사와 협력하며 긴밀히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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