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G 파트너스 자금 1100억원 확보해 재무구조 개선
통합 LCC 등장 및 제주항공 몸집 거대화
단거리 노선 점유율 확보 쉽지 않을 듯

/ 사진=이스타항공 제공.
/ 사진=이스타항공 제공.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이스타항공이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에 재매각되면서 운영자금을 확보해 비행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다만 최근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판도가 크게 바뀌어, 이스타항공이 향후 경쟁력을 갖고 다시 ‘훨훨’ 날아오르게 될 수 있을까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VIG파트너스와 1100억원 규모 투자유치 계약을 체결했다. 이달 말까지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1100억원의 운영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새 자금이 유입되면서 이스타항공의 연내 재운항 가능성도 높아졌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성정에 매각된 이후 재운항을 준비했으나, 국토교통부로부터 국제항공운송사업 운항증명(AOC)을 발급받지 못해 일정이 연기됐다.

당초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상반기 AOC를 발급받고 국내선에 취항할 계획이었으나, 국토부는 지난해 7월 이스타항공이 변경 면허 신청 및 발급 과정에서 허위 회계자료를 제출했다며 AOC 발급을 미루고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후 경찰이 해당 건에 대해 무혐의 결과를 내렸지만, 국토부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하며 재무구조가 개선된 후에야 운항 재개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이번 VIG파트너스 인수를 통해 11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는 만큼 국토부에서 문제 삼았던 재무구조 개선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타항공은 AOC 발급을 받은 후 곧바로 국내선에 취항하고, 이후 항공기 대수를 늘려 국제선 운항에 나설 방침이다.

문제는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면서 국내 LCC 업계 상황이 크게 바뀌었단 점이다. 특히 올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양사 계열사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합쳐진 거대 LCC가 출범할 예정이다. 통합 LCC는 에어아시아 다음으로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LCC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보유한 항공기를 살펴보면 진에어 26대, 에어부산 22대, 에어서울 6대 등 총 54대에 달하며, 연간 매출도 코로나19 완화 이후에는 2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올해 보잉사의 차세대 기종인 ‘737-8’ 40대를 도입하면서, 단일 기종·단거리 전략을 통해 점유율 확대에 집중한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기준 국제선 회복률이 70%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제주항공은 국제선 3057편을 운항해 48만4583명을 수송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2월 (4362편·69만4016명)과 비교해 약 70%의 회복률을 기록한 셈이다. 특히 주력 노선인 일본의 경우 지난해 9월 여객이 1만3796명에 불과했으나 10월 8만9094명, 11월 20만2591명, 12월 26만5130명으로 급증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주력 노선인 일본을 비롯한 단거리 해외여행이 상대적으로 경기 영향을 적게 받고 오히려 불황기에는 장거리 해외여행 수요가 단거리 여행으로 전환되는 경향도 있는 만큼 우리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이스타항공과 비슷한 규모의 티웨이항공은 중대형기 도입을 통해 중장거리 노선에 취항하는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에어버스사의 중대형기 ‘A330-300’을 도입하며 싱가포르, 호주 시드니 등에 취항을 시작했다. 코로나 이전엔 국내 LCC 대부분이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지역에 치우쳤지만, 해당 지역이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더 먼거리에 취항해 틈새시장을 노리겠단 전략이다.

티웨이항공은 올해부터 평균 3~4대의 중대형기를 도입하며 오는 2027년까지 대형기 20대, 중소형기 30대 등 총 50개 기단을 확보해 매출을 3조원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또한 향후 운수권을 확보해 유럽, 미주 노선도 취항할 계획이다.

여기에 신생 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도 중장거리 노선 취항에 집중하며 선전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해 인천~LA노선에 성공적으로 취항한데 이어 뉴욕, 독일 프랑크푸르트 취항도 준비하고 있다.

이같이 경쟁 LCC 규모가 커지고, 중대형기 도입을 통한 차별화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이스타항공은 매각 과정에서 몸집이 크게 줄어들면서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은 지난 2019년 회사 매각을 추진한 후 4년 가까이 공백기가 있었다”라며 “최근 신생 LCC들이 자금 문제와 덩치 싸움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스타항공도 상황이 비슷해 향후 난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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