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양사 통합 가능성 높아져···미국·EU·일본 승인만 남아
세계 10위권 항공사 탄생···환승 수요 및 스케줄 경쟁력 강화로 시너지 효과 극대화
통합 LCC 출범 후 업계 재편 예상···제주항공 ‘몸집 경쟁’·타 항공사 ‘차별화 전략’

대한항공고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 /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 올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양사 통합으로 인해 국내 항공업계 판도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양대 항공사가 통합하며 글로벌 10위권 항공사가 탄생하는 데다, 계열사인 저비용항공사(LCC) 3개사도 합쳐지며 거대 LCC가 등장해 영향력이 막강해지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중국 정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현재 심사가 남은 곳은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등 4개국이다. 영국은 대한항공의 수정 제시안을 수용하면서 사실상 승인 의사를 밝혔으며, 미국은 기업결합심사 기간을 한차례 연기했으나, 불허가 아니라는 점에서 허가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합병 허가를 받기 가장 어려울 것이라고 봤던 중국 정부가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양사 합병에 청신호가 켜졌다”며 “다른 국가들도 조건부로 승인을 내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신년 메시지를 통해 “2023년이 아시아나 인수라는 큰 과제를 완수하는 해가 될 것이며 모든 임직원들이 흔들림없이 소임을 다해줄 것”이라고 언급해 연내 통합 가능성을 시사했다.

양사는 해외경쟁당국 기업결합심사가 끝나는대로 통합 작업에 돌입한다. 당분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각자 노선을 운영하다, 추후 대한항공 이름하에 하나로 합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양사가 통합될 경우 전세계 10위권의 거대 항공사가 탄생하며 규모의 경제가 실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원태 회장이 양사 통합이후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없다고 못 박은만큼 양사가 하나로 합쳐지며 그대로 몸집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인력은 약 2만8000명인데, 통합이 되더라도 공급을 줄일 예정이 없기 때문에 인력은 그대로 유지된다”며 “중복 인력은 전체 인력 대비 크지 않고, 필요시 부서이동 등을 통해 충분히 흡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향후 대한한공은 아시아나와의 합병을 통해 환승수요 확대, 스케줄 경쟁력 강화, 여객·화물 수익 증대, 이자비용 및 운영비 절감 등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양사 통합으로 인해 운수권과 슬롯이 확대되며 스케줄 선택지가 넓어져, 이를 바탕으로 항공기 가동률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국토교통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현재 대한항공은 166대, 아시아나는 77대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양사가 합쳐지면 총 243대의 기단을 확보하게 돼 대수 기준 글로벌 항공사 15위권 이내로 진입하게 된다.

또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합쳐진 통합 LCC의 경우 에어아시아 다음으로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항공사가 될 전망이다. 진에어 26대, 에어부산 22대, 에어서울 6대 등 총 보유 항공기만 54대에 달하며, 연간 매출도 코로나19 완화 이후에는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통합 LCC 출범으로 인해 국내 LCC 판도가 뒤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현재 LCC 1위인 제주항공이 자리를 위협받게 된다. 제주항공이 현재 보유한 항공기는 37대이며, 연 매출은 2019년 기준 1조3840억원 수준이다.

제주항공의 경우 향후 생존 전략으로 ‘단일 기종’을 중심으로 한 ‘규모의 경제’를 선택한 만큼 몸집 경쟁에서 밀리게 될 경우 타격이 클 수 있다. 제주항공은 올해부터 보잉사의 ‘B-737-8’ 기종 40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하면서, 단일 기종 및 단거리 운항을 통해 운항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사진=제주항공
/ 사진=제주항공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지금 LCC 1위 자리까지 오르게 된 것은 박리다매 형태로 덩치를 키우고 항공권 가격은 낮춘 전략이 먹혔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통합 LCC가 나오면 점유율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티웨이항공과 신생 항공사들은 통합 LCC와의 정면대결보다는 차별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에어버스사의 중대형기 ‘A330-300’를 도입하며 중장거리 노선 확장에 나서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이 기종을 통해 기존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중단거리 노선 뿐 아니라 유럽, 호주, 미주까지 영역을 넓혀나가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으로 인해 운수권 및 슬롯이 재배분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확보해 향후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는 지난해 간담회를 통해 “운수권 재배분이 진행될 경우 가장 주목하고 있는 곳은 파리, 로마, 런던, 이스탄불, 바르셀로나 등 유럽 노선이다”며 “이 노선의 경우 양사 통합에 따른 재배분이 없었다면 50년을 기다려도 얻을 수 없는 운수권이다”고 밝힌 바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보잉사의 ‘B787-9’을 통해 미주, 유럽 노선 등 중장거리 노선에 집중할 방침이다. 지난헤 에어프레미아는 인천~LA 노선에 첫 취항했으며, 뉴욕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도 취항할 계획이다.

황용식 교수는 “통합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국내 항공사들이 각자 생존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며 “신생항공사들의 경우 3년 가까이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누적된 재정 적자상황을 해소하는 것이 당면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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