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보건소 전수조사 결과, 해당 사례 없다”···정황상 근거 미약도 지적
해당 보도 기자 “감기약 판매 약사에 확인”···복지부 “수사 의뢰 검토 중”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논란이 된 중국인에게 감기약 600만원 어치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진 하남시 소재 약국과 관련, 정부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해당 약국을 확인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결국 수사가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지적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해외 관광객 등 중국인들이 인근 국가에서 감기약을 구매하는 사례가 파악되고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중국인의 감기약 대량 구매가 보도되는 등 이슈로 부상했다. 이어 최근 국내에서도 일부 사례가 발생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한 통신사가 경기도 하남시 약국을 방문한 중국인이 여행용 캐리어를 가져와 해열제와 감기약 등 의약품 600만원어치를 구매했다고 보도하며 논란이 발생했다. 이에 보건복지부와 대한약사회는 물론 그리고 제약업계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특히 복지부는 신속하게 하남시보건소에 현황 파악 및 약사법에 따른 조치를 요청했다.

이에 하남시보건소 의약무관리팀장과 팀원, 하남시약사회 관계자는 지난 연말 하남시 망월동 소재 약국 39곳을 방문,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600만원 어치 감기약을 판매한 약국은 없다는 것이 복지부와 시보건소 입장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39개 약국 약사들 모두 600만원 어치 감기약을 판매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감기약 1통을 3000원으로 가정할 때 2000통에 달하는 양을 한 사람이 여행용 캐리어로 운반하는 것은 흔치 않은 사례라고 지적하며 정황상 600만원 어치 감기약 판매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주장한다.    

이같은 복지부 입장과 주장이 타당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약국 한곳이 감기약 600만원 어치를 재고로 갖고 있는 사례가 실제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시장 핵심은 병원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인데 서울 시내 대형약국도 아닌 수도권 소재 약국이 감기약 일반의약품을 600만원 재고로 보유했을지 의문이 간다”고 말했다. 약사 A씨는 “대형약국도 감기약 600만원을 한 번에 판매했다고 하면 믿기 어려운데 일반약국은 그같은 물량 확보 자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처음 보도한 통신사 기자는 해당 약국 약사와 통화해 감기약 600만원 어치 판매를 확인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녹취록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이슈인 중국인 감기약 사재기 움직임을 취재하다 팩트체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가 대량 감기약을 판매했다고 알려진 하남시 약국 존재를 부인하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복지부가 제시한 하남시보건소 방문조사가 어떤 구속력을 갖는 것인가에 관련된 지적이다. 수사권이 없는 보건소 조사에서 사실이 아닌 답변을 해도 확인이 쉽지 않은 상황으로 분석된다.  

하남시 약국 건에 대해 복지부 특히 고위층이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복지부가 배포한 보도참고자료에는 통신사 이름과 날짜가 기재됐고 ‘600만원 어치의 감기약을 판매한 약국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는 단정적 표현을 사용했다. 통상 정부중앙부처가 배포하는 보도자료에서 특정 언론 기사를 반박하는 사례는 이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책적 측면에서 보면 감기약 약가는 복지부 담당이지만 수급 등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맡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부가 예민하게 반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감기약 600만원 어치를 판매한 하남시 소재 약국이 있느냐 없느냐 여부는 경찰이 구체적으로 수사해 확인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약사회 관계자도 “과정이 어쨌든 감기약 600만원 판매가 이슈로 부상한 상황에서 수사만이 모든 의혹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논란이 일었던 감기약 대량 판매 사례 여부를 경찰 수사로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가운데 복지부가 향후 수사 의뢰를 단행할지 주목된다. 현재 복지부는 내부적으로 의뢰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