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권교체 후 경제정책 방향 전환···법인세 완화 등 기업활력 제고 시도
여소야대 영향 규제완화책 상당수 후퇴···고금리·고물가에 정책 부담 ‘증대’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올해 정권교체로 정부 경제정책 방향이 180도 바뀌었다. 새정부는 규제 완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법인세 인하와 가업승계 활성화 방안 등을 추진했지만, 여소야대 상황에 막혀 절반의 성과에 그쳤단 평가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고금리 대응이 불가피했지만, 이에 따른 집값 급락과 소비심리 위축 등 경기 둔화 움직임은 또 다른 과제로 남은 상황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정권교체 이후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가 크게 달라졌다. 정부가 직접 나섰던 직전정부와 달리 새정부는 경제 운용의 중심을 민간과 기업, 시장에 뒀다. 시장에 자율성을 부여해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도모하겠단 취지로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섰다.

기업투자 확대 방안으로 세부담 완화 카드를 꺼냈다. 법인세는 현재 4단계인 과표구간을 단순화하고 최고세율도 기존 25%에서 22%로 인하를 추진했다. 유보소득 배당에 대한 이중과세를 개선하고 법인의 이월결손금 공제한도를 60%에서 80%로 높이고자 했다. 기업의 미환류소득에 부과하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는 폐지했다. 

가업승계활성화를 위해 가업상속공제 대상기업 매출액기준을 4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올리고 사후 관리기간은 현행 7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며 납부유예제도를 신설하고 사전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기업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도입했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하고 설비투자 특별자금의 지원범위나 규모, 기간을 추가로 확대했다. 고용증대 및 사회보험료 세액공제 등 고용 관련 유사 세제지원체계를 통합해 통합고용세액공제로 일원화했다. 

기업을 경영하는데 있어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경제 형벌규정을 완화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의 의무를 명확화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에 나섰다.

인허가권 등 중앙정부의 규제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며 다수 부처와 지자체가 연관된 덩어리 규제를 발굴해 통합적으로 정비하는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대형마트의 새벽시간, 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 허용을 추진하겠단 방침도 제시했다.

다만, 정부의 규제완화 방안 상당수가 국회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지만 여소야대 구도 영향으로 정부 의도대로 정책이 추진되지 못하는 모양새다. 

법인세의 경우 여야 합의과정에서 당초 정부안인 3%포인트 인하에서 후퇴한 1%포인트 인하로 결정됐고, 가업상속공제 대상기업 매출액 기준은 정부안 1조원보다 낮은 5000억원으로 정해졌다. 반도체 세액공제율도 국민의힘 특위안인 25%에서 8%로 조정됐다. 

여권 관계자는 “야당에서 법인세 인하를 초부자감세로 규정하면서 합의가 난항을 겪었고 결국 최고세율을 1%만 낮추게 됐다”며 “1% 인하로는 의도했던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경쟁국 대비 투자유인 효과도 미미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정부의 정책 부담 또한 커졌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5.1% 상승하며 외환위기 시기인 1998년(7.5%)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부터 8개월째 5%를 웃돌고 있다. 

정부와 통화당국은 물가 안정을 위해 강도 높은 고금리 정책을 밀어붙였다. 올해 1월 1일 1%였던 기준금리는 이날 현재 3.25%까지 상승했다. 이에 저금리 시대 과도하게 대출받은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지난달 가계대출금리는 연 5.57%로 2012년 3월 이후 10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고물가와 고금리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과 소비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서울아파트값이 지난 5월 말 이후 31주째 하락세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이달 넷째주는 0.74% 떨어지며 지난 2012년 5월 시세 조사 이래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지금 경기가 침체까진 아니지만 둔화되는 국면이다. 지금 물가가 오른 것은 경기가 좋아서라기보단 생산 비용, 원자재 가격, 전기료 부분이 많이 반영된 영향이다. 또 금리가 오르면서 가계와 기업 모두 여력이 없어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우리 경제가 경착륙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정부는 내년에도 민간활력 제고 및 규제 완화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수출을 위해 360조원 상당의 무역금융을 지원해 수출 및 수주에 총력전을 벌이고 늘어난 기업 투자에 10% 세액공제율을 적용하고 디스플레이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기로 했다. 

정 실장은 “세계 경제가 경기둔화 국면에 진입해 수요가 줄어들면서 수출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내년에도 세계경제가 빠르게 반등하긴 어렵기에 우리나라 수출도 회복되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며 “내년 물가는 올해보다는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전기료와 가스료 등 공공요금이 오를 것이기에 한국은행 목표치인 2%를 달성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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