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종합건설업 폐업신고 185건, 상반기 150건 대비 21%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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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2개년 종합 CBSI 추이 / 자료=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부동산 시장이 경색되면서 돈맥경화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달 발표한 금융시장 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체가 내년 상반기에 갚아야 할 프로젝트 파이낸싱(이하 PF) 유동화증권 만기가 34조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정부는 이달 중순 부동산 PF 보증에 총 15조원을 대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시장 안정화 조치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 부과기간이 늘고 이자율이 오르니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게다가 시장 여건도 좋지 않아 내년에는 만기연장이 안될 수도 있다. 내년을 진짜 위기의 시작이라고 인식하는 건설사들의 긴장감이 늘어나는 이유다.

이미 이 같은 조짐은 올해 하반기부터 두드러졌다. 건설산업정보시스템을 보면 올 하반기 폐업신고를 한 종합건설업체만도 185곳이다. 올 상반기 150건에 견주어보면 20%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뿐만아니라 부동산 거래절벽에 따른 미분양 증가 등으로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되며 부도난 우석건설, 동원건설산업은 부도 처리됐다. 두 곳은 지역에 기반을 둔 건설사이지만 우석건설은 시공능력평가 202위, 동원건설산업은 388위로 3000여개에 달하는 국내 종합건설업체 중 상위 10% 안에 드는 지역기반의 알아주는 알짜 건설사였다. 지난해에는 부도난 종합건설업체가 두 곳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이미 다섯곳으로 늘어난 상태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발 전쟁에 따른 원자재값 상승, 인건비 등 비용증가 문제가 내년에도 건설업계를 애먹일 것으로 보인다. 당장 주요 시멘트 업체들만 하더라도 올 하반기 15% 추가 인상을 예고했으나 레미콘 업계 반발로 다음달 인상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내년의 건설투자 전망도 밝지 않다. 정부가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건설투자 성장률은 각각 -3.0%, -0.4%로 나타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지난달 열린 2023년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국내 건설수주가 전년 대비 7.5% 감소한 206조8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업황을 둘러싼 정부 및 전문기관의 예상 뿐 아니라 건설업체가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수치도 좋지 않다. 이달 초 발표된 11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 대비 2.9p 하락한 52.5다. 이는 12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CBSI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건설경기 상황이 안 좋다고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합건설업체가 무너지면 전문건설업체의 줄도산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건설업은 지반조성 포장 공사, 철근 콘크리트 공사, 철강 구조물 등 부분 공사를 하는 업체로 종합건설업체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실제 올 한해 동안 폐업신고한 전문공사업체만도 2391곳으로 폐업한 종합건설업체의 7배를 넘는 수준이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CBSI가 4개월 연속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데 그만큼 건설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이라며 “부동산 PF 부실 우려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가운데,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한 건자재 운송 어려움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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