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사실상 반대표 행사···신한은행·현대차의 지지 여부 관건
관련 업계 “기업들, 임기 4년 남은 정부와 대립각 세우기 어려울 것”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앰배서더서울에서 열린 '디지털 시민 원팀'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 = KT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 사진 = KT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구현모 KT 대표가 KT 이사회에서 ‘연임’을 확정 받았지만,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곧바로 연임 반대 의사를 내비치면서 암초를 만났다. 구 대표가 사실상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연임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연임을 앞둔 구 대표의 ‘표 대결’ 셈법이 복잡해졌다. 정권 초기인 점을 감안하면 우호 지분 확보가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2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회는 전날 오후 구 대표를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할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구 대표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것이다. 이사회는 대표이사 후보로 거론된 인사를 비롯해 14명의 사외 인사와 내부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에서 검증된 13명의 사내 후보자에 대한 대표이사 적격 여부를 검토해 심사 대상자들을 선정했고, 총 7차례의 심사 과정을 거쳐 구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낙점했다.

이같은 결정엔 임기 중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및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 전환으로 체질 개선을 이끌어낸 점, 주가를 대폭 끌어올린 점 등이 주효했다.

그러나 KT 이사회의 구 대표 단독 후보 추대에 KT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10.35%)이 즉각 반발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KT 이사회는 현직 CEO를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확정해 발표했다”며 “이에 대해 기금이사는 지난 27일 취임 인사 과정에서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단 입장이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의결권 행사 등 수탁자책임활동 이행과정에서 이런 사항을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며 사실상 내년 주총에서 구 대표 연임에 반대표를 던지겠단 의사를 밝혔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기금이사·CIO)이 취임 첫날 일성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경선’을 강조했음에도 다음 날 KT 이사회가 의결을 강행하자 반발한 것이다. 실제 KT 이사회가 심사 대상 27명 중 14명에 해당하는 사외 후보군의 모집 절차 및 기준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깜깜이’ 경선이란 지적이 잇따랐다.

KT새노조는 “이사회는 복수후보 심사를 선언하며 논란을 피해 가면서 더 좋은 후보군을 심사한다더니 결국 2주 만에 구 대표 연임을 승인했다”며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사장 후보를 골라 심사하는지조차 공개되지 않는 깜깜이 경쟁과 최악의 밀실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내년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질 것이 확실해지면서 구 대표의 연임은 결국 표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이와 관련 통신업계에선 구 대표가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연임을 강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KT와 지분교환을 단행해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신한은행(5.58%) 및 현대차그룹(현대차 4.69%, 현대모비스 3.1%)의 지분을 합하면 국민연금을 앞서기 때문이다. 여기에 43%에 달하는 외국인 주주도 배당 증가 등으로 연임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신한은행, 현대차그룹 등이 실제 우호지분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사실상 구 대표 연임에 반대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정권 초기 정부에 반기를 들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미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조용병 전 회장의 돌연 자진 사임으로 정권 외압설이 제기된 만큼, 우호지분으로 볼 수 없단 시각도 있다.

법조계 고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이렇게 움직인다는 것은 결국 용산(대통령실)의 뜻인데, 기업들이 아직 4년이나 더 남은 정권의 눈치를 안 볼 수 있겠냐”며 “특히 금융권의 경우 정부 눈치를 잘못 보면 상당히 피곤해진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KT 이사회의 구 대표 연임 강행으로 구 대표를 둘러싼 검찰 수사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속도가 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 라인으로 분류되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3부는 구 대표 등 KT 이사진 전원에 대한 ‘업무상배임’ 혐의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반부패수사3부의 강백신 부장검사는 윤 대통령과 함께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근무한 바 있는 인사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에 참여했다. 검찰과 별개로 공정위도 최근 KT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 조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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