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0월 아파트 매매거래량 26만2000건, 역대 최저 수준
집값 하락도 부동산원 조사 아래 가장 큰 낙폭 기록

/ 자료=한국부동산원
연도별 아파트 매매거래량 및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량 / 자료=직방,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올해 부동산 시장은 사상 최저, 하락폭 최대 등 새로운 기록을 다양하게 세웠다. 집값 고점 인식에 따라 집을 매수하는 사람은 대폭 줄었다. 또 연초부터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며 대출비용이 증가한 이른바 영끌족들의 비명이 이어지며 거래가격은 곤두박질쳤다. 빚을 감당하지 못한 이들의 증가로 인해 경매물건도 늘었다. 금리인상이 매매시장에만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전세대출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임대차시장에서는 임차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이례적 현상도 나타났다.

2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11월까지 전국 아파트 가격은 4.79% 하락했다. 이는 해당 기관이 지난 2003년 12월 조사를 시작한 이래로 연간 단위 기준 가장 큰 낙폭을 보인 것이다.

매매가 하락뿐만 아니라 거래량 급감도 두드러진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직방에 따르면 올해 1~10월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6만2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저치다.

결국 치솟은 금리를 감당하지 못한 일부 매물은 급매물로도 팔리지 않자 경매시장으로 넘겨졌다. 올해 10월 기준 서울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 건수는 499건으로, 1월(143건) 대비 세 배 이상 늘었다.

아파트 경매 매물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는 서울지역 세입자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임대차 계약 만료 시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세입자가 법원에 신청하는 절차다. 주택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세입자는 등기 우선순위에 따라 매각대금으로 보증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11월 서울 지역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371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954건 대비 25.9% 증가했다. 이는 연간 최다 기록이었던 2012년 연간 3592건을 이미 넘어선 수치이기도 하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한편, 화려한 커뮤니티와 함께 신축이 주택시장으로 자리잡으며 청약시장 역시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올해는 청약마저도 위축세가 확연히 두드러진다. 이달 7일 기준 올해 전국에서 분양한 사업장의 1순위 청약 평균경쟁률은 8.5대 1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기간 평균경쟁률이 19.1대 1인 점에 견주어보면 청약수요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는 2014년 평균경쟁률 6.7대 1을 기록한 이래 8년 만의 한자릿수 결과여서 더욱 눈길을 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분양 물량도 확산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이 4만7217가구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이는 1년 전 1만4075가구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인상이 예고돼있는 만큼 내년 역시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정부는 뒤늦게 규제지역 해제 및 정비사업 안전진단규제 완화, 대출규제 완화,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완화 등을 통해 수요층의 주택매수를 유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청약시장에서는 해당 시·군 거주 무주택자로 제한됐던 거주지역 요건을 폐지하고 무주택자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대상 자격이 완화한다. 이에 따라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기조가 얼마나 실행력을 담보하는지에 따라 내년 시장 회복 수준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내년의 거시적인 경제 변수로 장기적인 고금리 기조와 분양지연 물량 증가,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공급 난항 등이 있다”라며 “매수 심리 위축이 이어져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힘든 상황 속에서 정부의 규제가 어느정도까지 완화될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부동산R114 관계자 역시 “가격 고점 인식과 고금리,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내년에도 부동산 시장에서 매수세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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