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개발사 자율규제 준수율 50% 미만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한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올해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법의 향방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해외 개발사와의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국내에 게임을 서비스하는 개발사들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자율규제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2015년 이후 자율규제를 담당하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가 국내외 게임사의 정보 공시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은 15년 이상 지속된 해묵은 과제다. 그동안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이용자들의 트럭시위로 다시 정치권의 관심을 받게 됐다. 넥슨, 엔씨소프트 등 국내 게임사들이 관련 논란에 휘말리면서 규제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0%에 수렴할 정도로 낮은 확률로 이용자들이 돈을 쓸 수밖에 없게끔 유도해 사행성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이에 여야 양측에서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게임법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의와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 및 확률정보 공개를 강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위반할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처벌 조항도 명시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 확률형 아이템 공개 의무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면서 법안 통과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7부 능선’인 법안심사소위에서 계류되면서 연내 처리는 물 건너갔다는 평가다. 21대 국회에서 처리될지도 미지수다. 국회 한 관계자는 “21대 국회 임기는 2024년 5월까지인데, 내년 하반기에 총선 준비에 들어가기 때문에 사실상 내년 상반기가 데드라인”이라고 말했다. 

여야 모두 관련법을 통과시키자고 의견을 모아 현장은 법안심사소위에서 계류된 것을 예상치 못했단 분위기다. 당시 반대 의견을 냈던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율규제가 잘 되고 있다”며 “해외 게임사와 역차별 문제도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자율규제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올해 게임 전체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준수율은 81.8%였으나, 해외유통업체는 48.9%에 불과해 준수율이 매우 낮았다.

지난 21일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1월 기준 온라인·모바일 상위 100위권 게임 중 15종의 게임물이 자율규제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종 모두 해외 게임사가 개발한 게임이었으며, 중국 게임만 8개였다. 

GSOK는 미준수 게임물에 대해 준수 권고부터 자율규제 인증 취소를 조치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 게임사들은 이러한 조치를 따르지 않고 있다.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10차례 연속 자율규제를 지키지 않은 사례도 있다. 중국게임사의 ‘라이즈 오브 킹덤즈’와 핀란드 게임사의 ‘브롤스타즈’가 이에 해당한다.

법적 규제를 반대하는 논리는 자율규제가 작동하고 있으며, 국내 게임사가 역차별 당할 수 있단 점이다. 그러나 자율규제는 국내 게임사만 지키고 있으며, 현재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해외 게임사들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 국내외 게임사들이 모두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을 마련해 국회에서 결론 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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