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산업, 더미식 브랜드 포트폴리오 강화
시장 점유율 미미···하림산업 실적도 내림세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하림이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야심차게 선보인 ‘더미식(The미식)’ 브랜드가 부진하다. 하림은 육계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더미식을 선보였지만 출시 1년여가 된 시점에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더미식은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 비비고에 인지도 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까지 뒤진다. 하림산업 적자 확대 원인으로 지목되기까지 한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하림의 더미식 제품군은 1년째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림은 그간 육계 사업으로 치우친 사업구조를 확대하고자 더미식 브랜드로 신사업을 강화했다. 더미식은 김홍국 회장이 자신있게 내놓은 브랜드지만 제품 인지도, 가격 등 다방면에서 경쟁사에 밀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역 롯데마트에서 하림 장인라면을 판매하고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하림 장인라면을 판매하고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하림의 더미식 브랜드는 라면(장인라면), 즉석밥(더미식 밥), 밀키트(유니 자장면), 국물요리(국·탕·찌개 등) 등 4개 카테고리로 구성됐다. 가장 먼저 선보인 장인라면은 ‘출시 한 달 만에 300만봉’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라면에 이어 하림은 더미식 밥으로 즉석밥 시장에 재도전했다. 앞서 하림은 ‘순수한 밥(순밥)’이란 즉석밥으로 출사표를 던졌다가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하림 더 미식 라면에 이어 재도전에 나섰던 즉석밥은 모두 판매고가 저조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하림이 배우 이정재를 내세우고 각종 예능 프로그램 등에 더미식 브랜드를 노출시키고 있음에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더미식의 부진함은 각종 지표로도 드러났다. 시장조사업체 닐슨IQ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라면 시장 1위는 점유율 55.7%인 농심이고 그 뒤로 오뚜기(23.4%), 삼양식품(11.3%), 팔도(9.6%)가 뒤를 쫓는다. 하림의 장인라면은 시장 점유율 1%대로 추정된다.

즉석밥 시장 점유율도 비슷하다. 하림은 즉석밥 출시 당시 “1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을 목표”라고 했지만, 현재 CJ제일제당의 햇반과 오뚜기의 오뚜기밥이 각각 시장 점유율 66%, 29%로 즉석밥 시장 투톱을 형성하고 있다. 더미식 밥의 시장 점유율은 1%대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하림 더미식 브랜드가 부진한 배경에는 ‘가격 경쟁력’이 있다. 대형마트 판매가 기준으로 하림의 장인라면 4개입은 7800원이다. 경쟁사인 농심의 신라면은 4100원(5개입), 오뚜기 진라면은 3580원(5개입)이다. 개당 가격으로 비교해도 신라면과 진라면은 각각 820원, 716원이란 점에서 하림의 장인라면(개당 1950원) 가격은 경쟁사 대비 두배가량 높다. 즉석밥도 하림의 더미식 백미밥은 5700원으로 CJ제일제당의 햇반(5400원)과 오뚜기의 오뚜기밥(4180원)보다 비싸다.

특히 더미식 밥은 콘셉트에서도 경쟁사와 차별화하지 못했다. 더미식밥은 첨가물 없이 100% 국내산 쌀과 물로만 뜸을 들여 만들었다는 점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는 앞서 하림이 출시했다가 실패한 순밥 콘셉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또 무첨가물 콘셉트는 동원F&B가 쎈쿡을 출시할 때 선택한 전략이며, 쎈쿡도 1%에 불과한 점유율로 인지도가 낮다.

하림이 최근 추가한 더미식 라인업인 밀키트, 국물요리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있다. 하림의 밀키트는 유니자장면 한 종류에 불과하고, 국·탕·찌개로 구성된 국물요리도 이미 경쟁사인 CJ제일제당, 동원F&B가 시장을 선점한 상태다.

하림산업 실적 추이. / 자료=하림산업, 표=김은실 디자이너
하림산업 실적 추이. / 자료=하림산업, 표=김은실 디자이너

식품업계 관계자는 “하림의 더미식 브랜드는 프리미엄 라인이라 가격이 높아 소비자들의 진입장벽이 높다”며 “더미식 라인들의 제품군도 이미 경쟁사들이 시장을 구축해 놓은 상황이라 하림이 시장의 빈틈을 노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하림의 더미식 부진은 하림산업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림산업에 따르면 지난 2016~2018년 매년 연구개발비를 포함한 판매비와 관리비 평균은 약 10억원이다. 2019년에는 이 비용이 20억원으로 늘었다. 하림산업 공시를 보면,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더미식 브랜드 연구비용으로 50억원이 사용됐다. 해당 연구비용에는 더미식 라면, 즉석밥 출시를 비롯해 향후 신사업 비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림산업 실적도 하락세다. 하림산업의 매출은 지난 2018년 28억원에서 2021년 217억원으로 늘었다. 매출은 늘었지만 적자도 같은 기간 119억원에서 589억원으로 증가했다. 현재 하림산업은 더미식 브랜드의 판매량, 점유율 등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는다.

하림산업 관계자는 “더미식 브랜드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면서 “즉석밥은 공장 생산 라인을 증설해 수요를 대응할 예정이며, 더미식 브랜드들도 꾸준히 판매량이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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