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e=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 지난해 대한민국의 부동산 시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고금리가 좌우한 한해”였다. 즉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지난 수년간 이어져온 초저금리 기조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고금리 기조로 급변하면서 부동산 시장을 하방으로 견인한 것이다. 돌이켜보건대, 지난 수년간 대한민국은 서울·수도권은 물론 지방까지 아파트값 급등과 이에 따른 전세난으로 힘겨워했다. 그런데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신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가 엄습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로 급변한 것이다. 특히 고금리는 대출을 통한 부동산 거래가 대중화된 현실 속에서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이면서 가장 강력한 위협요인으로 자리했다. 이와 관련,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는 전국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을 살펴보면, 지역구분 없이 매매가·전세가 모두 하락폭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아파트 매매가격 및 전세가격 급등으로 대한민국이 야단법석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놀랍기까지 하다.   

문제는 과유불급이다. 한동안 집값 급등으로 거품논란과 함께 주택시장 왜곡을 심히 우려했던 적도 있었지만, 오히려 지금은 집값 급락에 따른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고민할 형편이 된 것이다. 일례로 집값 급락에 따른 역전세난과 전세사기, 가계소비 위축, 영끌족 파산 등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새로운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내심 주택시장 안정화를 원했던 정부로서도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후유증은 그다지 반갑지 않은 불청객일 것이다. 그렇다면 2023년 새해 부동산 시장은 어떨까?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변수를 통해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금리 변수가 있다. 금리는 담보대출을 통해 직접적으로 수요를 자극할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통해 공급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급격한 금리 인상은 부동산 시장을 강세장에서 약세장으로, 한발 더 나아가 침체의 늪으로까지 빠지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치명적이다. 문제는 전 세계의 금리시장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자국 내 인플레이션을 잡기위해 당분간 금리 인상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천명하고 있고, 한국은행 역시 여기에 동조해 움직일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고, 우리의 정부와 여당 역시 부동산 시장 침체가 경기불황을 확산시킬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만큼 2023년 하반기경에는 금리 동결 내지 인하로 방향을 틀지 않을까 생각한다. 만일 금리가 급등세를 멈추고 동결 내지 하락세로 전환된다면 부동산 시장 역시 서서히 반등을 모색하리라 예상한다.

다음으로 대출 및 세금 규제 변수가 있다. 전통적으로 이들은 부동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강력한 변수다.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부동산 시장 과열 시 대출 규제를 강화해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줄일 수 있는 반면, 부동산 시장 냉각 시에는 대출 규제를 완화해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정부의 행보를 엿보면 부동산 시장의 안정적 회복(연착륙)을 기대하면서 규제 완화로 방향을 굳인 듯하다. 심지어 그동안 규제의 주 타깃이었던 다주택자에게도 취득세 및 양도소득세 중과 족쇄를 풀어주고, 임대사업자등록 시 혜택 복원 및 주택담보대출까지 허용할 방침이다. 다만 고금리 여파가 해소되지 않는 한  부동산 시장의 빠른 회복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입주물량 변수가 있다. 통상 재화의 가격은 공급과 수요가 만나는 점에서 형성된다. 주택시장의 경우 공급량은 분양물량과 입주물량으로 나뉘는데, 이중 아파트값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단연코 입주물량이다. 지난 수년간 지역구분 없이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택지가 풍부했던 지방 및 수도권 외곽을 중심으로 건설사들의 분양공급이 급증했고, 분양시점에서 2~3년이 지나면 입주물량은 가시화되기 마련이다. “과잉공급에 장사 없다”라는 말이 있다. 입주물량이 일시에 몰리면 역전세난으로 전세가격이 급락하고, 이로 인한 아파트값 하락은 필연적이다.

요컨대 2023년 새해 부동산 시장은 전반적인 약세 흐름 속에 연착륙을 원하는 정부가 지속적으로 규제 완화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하여 부동산 시장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는 금리 변수, 대출 및 세금 규제 변수, 입주물량 변수가 있는데, 특히 금리의 동결 내지 인하 시점은 부동산 시장의 터닝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모쪼록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