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주장 반영하고 알뜰폰업계 요구는 외면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정부가 알뜰폰시장 활성화를 통한 가계통신비 인하를 추진하기 위한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발표했다. 정책의 골자는 알뜰폰 원가에 해당하는 ‘도매대가 인하’와 통신3사 자회사의 ‘선불폰 사업 철수’로, 정부가 알뜰폰 사업자들을 대신해 도매제공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과 장기간의 협상을 거쳐 도출한 결과다.

그러나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알뜰폰 업계는 환영보단 실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사실상 SK텔레콤의 입김이 반영된 결과란 평가도 나온다. 이는 알뜰폰 시장 상황 및 사업자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알뜰폰업계가 지적하는 것은 수익배분방식(RS) 도매대가 인하율이다. 그간 알뜰폰사업자들은 주력 요금제인 월 3만2890원에 데이터 300MB, 3만9600원에 데이터 1.2GB를 제공하는 LTE 요금제 ‘밴드 데이터’와 6만5890원에 데이터 11GB를 제공하는 요금제의 도매대가 인하를 요구해왔다. 실제 시장 수요가 높은 상품인 만큼, 해당 요금제의 원가를 낮추면 상품 가격 자체가 인하되고, 이는 가계통신비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단 이유에서다. 그러나 두 상품의 도매대가는 각각 2017년과 2019년 결정된 수익 배분율 40%와 50%에서 변동이 없다. 이번 발표된 정책에 일부 LTE, 5G 요금제의 RS 도매대가 인하 계획이 포함됐지만, 밴드 데이터 요금제의 도매대가 인하는 제외됐다.

통신3사 자회사의 단계적인 선불폰 시장 철수 방안에 대해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미 통신3사 자회사들은 ‘후불폰’ 중심으로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선불폰 사업 철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없을 거란 주장이다.

일각에선 그간 계속 논의돼 온 자회사 점유율 규제 강화 방안이 누락된 것을 두고 실망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통신3사의 알뜰폰 자회사 점유율이 50%가 넘을 정도로, 쏠림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을 해소할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단 것이다.

물론 알뜰폰 사업자들이 정부 정책에만 기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통신사 상품을 단순 재판매하는 것을 넘어 자체 요금제를 설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는 사업자의 의지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역시 획일화된 도매대가 인하 방식이 아니라, 알뜰폰 사업자들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책 지원에 나서야 한다. 필요하다면 자생력 확보 의지가 없는 사업자에 대한 정리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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