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비중의 61% 차지···이자 부담 급증
금융 지원 주담대 집중, 상대적 박탈감 키워
청년층 빚 부담 커지지 않도록 선제적 대책 마련해야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최근 전세자금대출 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서면서 전세자금대출자들의 고통이 커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은행에서 3억원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세입자의 이자 부담액은 1년 만에 60만원에서 150만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태도는 전세대출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진행한 모든 금융 지원 정책이 유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지원에만 집중돼 있어서다. 10월 발표한 ‘안심전환대출’이 도화선이 됐다. 안심전환대출은 기존 주택담보대출에서 최저 연 3.7% 금리에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정책 금융 상품이다.

이어 정부는 지난 6일 내년 초 4%대 정책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소득제한이 없고, 주택가격이 9억원 이하라면 누구나 5억원까지 이용이 가능한 대출상품이다. 주택을 새로 구매하거나 기존 대출 상환 또는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까지 모두 이용 가능하다.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소비자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됐다.

반면 전세자금대출과 관련해선 별다른 대책이 없다. 전세대출자들 사이에선 주택을 구매한 집주인들의 대출 이자는 깎아주면서 똑같이 금리 인상 적용을 받는 세입자들은 외면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특히 전체 전세자금대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2030세대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6월 말 기준 은행권 20·30대 전세자금대출 차주 수는 약 84만명이다. 전체의 61.6%를 차지한다. 금액 기준으로도 전체 비중의 55.6%에 이른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가장 부담이 커지는 계층이 청년층이라는 의미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주거비 완화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조건이 까다로워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주택도시기금은 19~34세 청년들에게 1·2%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청년 버팀목 전세대출’을 운용하고 있다. 올해 보증금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출 한도를 700만원에서 2억원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소득기준이 연봉 5000만원 이하여야 하고 현재 사는 집의 계약 갱신할 경우 받을 수 없다. 이사를 가야만 대출이 된다.

반면 유주택자들을 대상으로 한 특례보금자리론은 소득 제한을 없애고, 대상 주택 가격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였다. 연 4%대 초중반의 고정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주택 자금을 빌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혜택이 많다.

정부의 무관심 아래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청년층의 삶은 더욱 퍽퍽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내년에 ‘베이비 스탭’(0.25% 포인트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이대로 가면 대출금리가 1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전세자금대출자의 93.5%가 변동금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다.

전세자금대출은 주거를 위한 생계용 대출이다. 꼬박꼬박 전세대출 이자를 갚고 푼돈을 아껴 저축하고 있는데 고금리가 이들을 덮쳤다. 이들을 더 힘들게 만드는 건 이 긴 터널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금리의 가파른 인상으로 청년층이 과도한 빚 부담을 떠안아 부실화되지 않도록 선제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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