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거취 내년 초 결정, 이사회는 신중모드
DLF 재판 통해 내부통제 의무 위반 부당 확정···라임펀드 중징계 불복 소송 가능성
당국 상대로 징계취소 소송해야 연임 가능···사외이사 동의 필수
"이사회 지지 견고···손 회장 개인 의지 따라 연임 여부 결정 전망"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부실 판매 관련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거취를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도 손 회장 연임 여부를 내년 1월 논의하기로 결정하면서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9일 라임펀드 중징계에 대해서도 불복 소송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라임펀드 중징계 핵심 근거였던 내부통제 의무 위반이 DLF 재판을 통해 부당하다는 판결이 확정된 만큼 손 회장의 개인 의지에 따라 연임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속전속결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데다 손 회장이 결단을 내리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임 여부는 손 회장 의지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손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와 접점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사회도 손 회장에 대한 지지를 일정 부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지난달 말 정기이사회에서 금융당국의 라임펀드 중징계에 대해 소명을 하며 사외이사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당시 거취 표명은 없었고 라임펀드 중징계 이슈의 전개상황 등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DLF 최종심에서 승소한 만큼 손 회장과 이사회는 관련 대화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이사회는 올해 사업 결산을 위한 정기 이사회로 개최됐다. 이사회는 내년도 경영계획 등 통상적인 안건을 처리하는 정기 이사회로 손 회장의 거취와 관련한 논의는 공식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 손 회장의 연임을 포함한 거취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갈 것이란 추측이 나왔지만 이와 관련된 내용은 내년 1월에 논의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박상용 사외이사는 손 회장의 거취 논의가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당국과의 마찰 하나가지고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고려할 요소가 많아 속전속결로 결정할 수 있는 이슈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사회에는 박상용 이사를 비롯해 손 회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등이 참여했다.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난 손 회장이 이사회에 의견을 내면 이사회에서 이를 수용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금융위원회로부터 라임펀드 사태의 책임으로 받은 문책경고 중징계다. 금융위를 상대로 징계취소 소송을 해야 연임이 가능하다. 지주 회장의 소송은 사외이사들의 동의가 필수적인 만큼 DLF 소송에서 승리한 손 회장이 사외이사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사회 구성원 모두가 손 회장에 대해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수 과점주주들은 완전 민영화를 이룬 손 회장의 경영 능력 및 리더십에 믿음을 보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민영화 이후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더십이 무너지면 우리금융그룹의 경영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손 회장이 물러날 경우 내부 지배구조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중징계에 대한 법적 대응으로 당국과 연이어 대립각을 세울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다만 우리은행은 라임펀드 판매 당시 부당권유를 했다는 금융위 제재를 그대로 인용할 경우 이사회 입장에서는 재무적으로 발생할 수 백 억원의 손실과 주주가치 훼손 등을 감수해야 한다.

현재 우리은행은 라임펀드 판매로 손해를 입었다며 신한투자증권을 상대로 647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손 회장이 라임 징계에 불복해 소송에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은행이 라임 판매와 관련해 실수를 인정한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한투자증권 소송에 대한 패소와 함께 라임 사태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에게 펀드 손실분의 10%에 해당하는 약 150억원 상당의 배상금을 추가적으로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사회에 대한 배임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손 회장이 연임을 위한 행보를 지속할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라임펀드 중징계가 사실상 당국의 사퇴 압박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손 회장은 대내외적으로 메시지를 내지 않고 때를 기다려 왔다. 오히려 대외 행보를 강화하며 입지를 다지는 모습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20년 초 재신임 때와 마찬가지로 이사회의 지지가 견고한 만큼 손 회장의 결정이 우리금융 지배구조를 판가름할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손 회장의 연임은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연임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금융위 의결에 대한 불복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처분이 나온 날로부터 90일 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손 회장의 거취는 늦어도 2월 초까지는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지주 정관에 따르면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주주총회 소집통지일 최소 30일 이전에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 주총 소집 공고는 통상 3월 초 이뤄진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