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로 열려···선관위 해임안 상정
선관위, 이례적으로 후보 두 명 '등록 무효' 징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 전경 / 사진=KB국민은행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KB국민은행 노동조합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와 일부 후보자들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선관위가 이미 등록을 마친 후보 2인에 대해 '등록 무효' 결정을 내리자 노조 대의원들이 이를 문제 삼아 사상 최초로 임시 대의원회를 소집해 선관위 해임안을 의결하기로 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는 19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신본관에서 임시 대의원회를 개최한다. 상정 안건은 이달 23일에 예정된 통합 7대 노조위원장 선거를 담당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해임안이다. 국민은행 노조가 설립된 이후 임시 대의원회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동조합법)에 따라 노조는 내부 규정을 정해 대의기구(대의원회)를 둘 수 있다. 매년 1회 이상 정기 대의원회를 열어야 한다. 임시 대의원회의 경우 조합원 또는 대의원의 3분의 1 이상이 회의에 부칠 안건을 제시하고 회의 소집을 요구할 때 열린다. 조건이 갖춰지면 노조위원장은 지체없이 임시 대의원회를 소집해야 한다.

이번 국민은행 임시 대의원회는 대의원의 3분의 1이 넘는 인원이 선관위원의 해임을 요구하면서 성립됐다. 선관위는 최근 차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두 명의 후보자에 대해 등록 무효 결정을 내리면서 논란이 커졌다. 한 후보는 노조 임원 자격이 없다고 봤고, 또 다른 후보는 재산상 이익 제공, 금품 수수 등을 문제삼았다.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선관위가 후보자 두 명을 중도 사퇴시키는 일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미 공식 등록을 마치고 선거 운동을 준비했던 후보자 측에선 선관위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크게 반발했다. 선관위가 지적한 사유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데도 무효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특히 한 후보자는 올해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한 인물인 것으로 전해진다. 중도 탈락하게 된 후보자들은 1인시위를 하는 등 선관위의 결정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선관위는 이에 대해 업무 방해로 고소를 하는 등 갈등은 커졌다. 이에 대의원들은 선관위의 행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임시회의 소집을 결정한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선관위의 결정이 선거의 판세 자체를 흔들다 보니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다”라며 “조직 내부에선 특정 후보를 밀어주기 위해 선관위가 나서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오는 상황인 것으로 안다”이라고 말했다. 

임시 대의원회를 앞두고 선관위와 등록 무효를 받은 후보자 측의 신경전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의원회는 소집 명령은 떨어졌지만, 참여 인원이 재적 인원의 절반 이상이 넘어야 안건에 대해 의결할 수 있다. 또 선관위 해임안이 의결되려면 참석 인원의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국민은행의 대의원은 지점 50인당 1명씩 선출돼 총 348명이다. 노조위원장 선거관리위원회는 대의원이 선출해 임명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중앙선관위는 후보자에 대한 징계를 변호사 및 노무사로 구성된 전문선거관리위원의 판단에 따라 내리기에 특정 후보와 결탁하는 등의 부정과 비리가 있을 수 없다”라며 “단지 징계에 대해 불복해 선관위를 해체하는 목적의 임시 대의원회 개최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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