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부고속도로·강변북로 등 지하화 논의 본격화
강남·용산 등 지하화 인근 아파트 인프라 수혜 과점
용도·형질변경 없는 사업 개발부담금 방안 논의 필요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최근 경부고속도로와 강변북로 등 수도권 주요 간선도로 지하화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를 준비하며 사업성을 타진하는 가운데 서울시도 이달 말 연구용역을 마무리하고 본격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간선도로 지하화는 인근 지역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사업이다. 지하화 한 뒤 지상 공간에 공원이나 기반 시설을 조성하면 소음과 매연 등으로 고통받던 일대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물론 아직은 구상단계이기에 실제 삽을 뜨려면 다소 시일이 걸려야 한다. 하지만 지하화가 거론되는 도로 인근 지자체나 국회의원들이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사업이다 보니 사업성이 확인된다면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술적으로도 큰 문제가 없단 의견이다. 현재 수서역에서 평택으로 이어지는 경부고속철도 구간에 있는 율현터널 길이는 50.3km에 달한다. 경부고속도로의 경우 현재 거론되는 구간(한남~동탄)을 모두 지하화하면 약 33km이며, 강변북로 지하화 구간인 가양대교와 영동대교 사이 거리는 18km 정도이다. 

물론, 사업을 추진하는데 제약이 없는 건 아니다. 화재나 교통사고, 향후 도로 확장이나 지하도로 내 교통체증으로 인한 운전자 불편 가중 문제가 제기된다. 경부고속도로의 경우 서울시와 국토부가 구상하는 방안을 통일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다른 변수도 있다. 강변북로와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하려면 막대한 재원이 들어간다. 이렇게 투입된 국민 세금을 통해 개선된 인프라의 수혜는 과연 누가 받게 될까. 도로 이용자 모두가 혜택을 받지만, 지하화 도로 인근 주택 보유자들은 더욱 큰 이익을 얻게 된다. 

특히 경부고속도로 서울구간 인근에는 반포자이와 서초그랑자이 등 강남권 대표 아파트들이 있고, 강변북로 지하화 구간에는 한강맨션과 한남뉴타운, 성수전략정비구역 등 고가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 포진해 있다. 

지하화가 현실화한다면 안그래도 가격이 높은 이들 지역 집값은 더욱 치솟을 것이다. 이로인해 지역간 갈등이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주민 여론에 민감한 국회 내에서는 지하화로 인한 지역간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민 갈등이 우려돼 강변북로나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를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의 혜택을 일부가 과점하는 부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단 얘기다. 

정부는 현재 개발부담금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개발부담금은 토지형질변경이나 용도변경 등으로 생기는 개발 이익의 일부를 환수하는 제도이다. 현행 제도상 간선도로 지하화 같이 용도변경이나 형질변경을 수반하지 않는 개발에 대해선 부담금을 부과하지 못한다.

이번 용역에서도 이 부분은 연구 주제에 포함돼 있진 않다. 하지만,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개발하는 사업이라면 형태 여부에 관계없이 주변지역 이익을 어떻게 환수할지 방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  

물론, 어려운 문제다. 최근 기자가 취재한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도 “방안을 만들어야 할 사안은 맞지만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렵더라도 손을 놓지 말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경부고속도로와 강변북로 지하화가 강남 집주인, 부동산 투자자들만 좋은 일 시킨단 인식이 퍼지면 추진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생산적 논의보단 갈등의 재료로 전락하지 말란 법도 없다. 지하화 논의가 시동을 거는 지금 개발 이익 환수에 대한 폭넓은 논의의 장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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