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신한금융·우리금융·기업은행 등 주요 금융사 CEO 임기 만료 코앞
금융지주 회장 연임 줄줄이 좌절···금융당국 입김 작용
기업은행장 차기 후보로 정은보 전 금감원장 물망···노조 “낙하산 인사 반대”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IBK기업은행 등 주요 금융사 수장의 임기 만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차기 인선 작업이 진행 중이다./사진=연합뉴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IBK기업은행 등 주요 금융사 수장의 임기 만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차기 인선 작업이 진행 중이다./사진=각 사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연말에 접어들면서 주요 금융지주 회장 및 은행장 등의 차기 인사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 인사 과정에서 관치 논란이 불거졌다. 차기 인선에 관료 출신이 유력시되는 등 금융당국의 입김이 거세지면서다.

이날 NH농협금융지주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농협금융 임추위 측은 “지난 11월 14일 경영승계절차를 개시하고 후보자 추천까지 약 한 달간 내·외부 후보군에 대해 종합적인 경영능력과 경력, 전문성 및 평판 등을 중심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심사를 진행했다”며 “수차례에 걸친 심도 깊은 논의와 심사를 통해 후보군을 압축했으며, 심층 면접 진행 후 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이석준 후보자를 최종 후보자로 추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손병환 회장의 연임이 유력시됐다. 손 회장이 취임한 2021년 1월 이후 농협금융이 올해 3분기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성과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후보가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되면서 연임이 무산됐다. 손 회장은 2012년 농협중앙회가 금융업과 유통사업을 분리한 이후 첫 내부 출신 인사였다.

일각에서는 농협중앙회가 정권 교체 이후 정부와의 소통 차원에서 전직 관료 출신 인사를 영입했다는 추측이 제기된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BNK금융지주 측에 외부 인사를 회장 후보로 포함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BNK금융은 지난 4일 열린 이사회에서 외부 인사도 회장 후보군에 넣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수정했다. 농협중앙회 역시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만큼 농협중앙회의 의중이 차기 회장 결정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이 후보는 1959년 부산 출생으로 행정고시 26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손해보험 사외이사 등을 역임했다. 그는 대선캠프에서 정책자문단 총괄간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특별고문을 맡은 바 있다.

신한금융지주 회장 차기 인선에도 이변이 있었다. 신한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8일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반으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3연임이 유력시됐지만 조 회장은 회추위 면접 직전 후보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조 회장이 세대교체를 위해 용퇴를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편으로는 금융당국의 외부 압박이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에 변수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14일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 선임은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라며 “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재임 기간 신한은행 채용비리 관련 재판, 사모펀드 사태 제재 등에 연루된 바 있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거취도 관심사다. 손태승 회장의 경우 우리은행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데 이어 지난달에는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서 문책경고 중징계가 확정된 바 있다. 또한 최근 우리은행에서 700억원대 횡령 사고까지 터지면서 연임에 변수가 생긴 상태다.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의 후임 인선에도 관료 출신이 물망에 올랐다. 차기 행장 후보로는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 측에서는 ‘낙하산 인사’를 지적하며 관료 출신 행장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기는 하나 시중은행과 거의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전직 금융감독원장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시중은행장으로 갈 수 없는데 피감기관인 데다 시중은행과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기업은행장 자리로 가는 것은 공직자윤리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금융정책과 감독 관련 이력이 있다고 해서 은행업에 대해서도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금융정책과 은행업은 엄연히 별개의 사안인 만큼 관료 출신 인사는 기업은행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020년 3연임에 성공하면서 임기 만료 시점이 내년 11월로 아직 여유가 있는 상태다. 하나금융의 경우 지난 3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이번 외풍에서 한발 비켜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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