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산업 볼모로 시작된 파업에 등 돌린 여론
화물연대, 게도 구럭도 다 잃고 국민에 상처와 흉터만 남겨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안전운임제 지속과 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던 화물연대 파업이 15일 만에 끝났다. 결과는 ‘품목 확대 없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이 야당의 단독 의결로 이어져 국회 통과를 남겨두고 있다.

화물연대의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된 모습이지만, 집단행동은 국민과 여론으로부터 큰 외면을 받았다. 보름 만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흉터가 남겨진 셈이다.

이들의 파업은 국내 산업은 물론 민생까지 힘들게 했다. 철강의 경우 파업으로 매일 1만7000톤에 달하는 제품이 제철소에 쌓여 일부 공정은 가동 중단까지 고려해야 했다. 수출입 거점이자 경제 대동맥으로 불리는 전국 주요 항만 반출입량도 평상시보다 90%이상 낮아지며 마비되기도 했다. 보름간 이어진 파업으로 인한 피해규모는 4조원대로 추정된다.

국민도 파업으로 빚어진 불편을 감내해야 했다. 유류 공급 차질 상황이 길어지며 전국 주유소에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휘발유 재고 소진, 다른 주유소 이용 바랍니다’란 안내문이 붙기도 했다.

또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의 불법행동은 그나마 화물연대를 응원하던 여론마저 등을 돌리게 했다. 조합원 3명이 생업에 나선 동료 운송업자를 향해 폭력화 협박 등을 자행한 ‘쇠구슬 테러 사건’ 때문이다. 집단운송거부에 불참한 차량에 지름 1.5cm의 쇠구슬을 새총으로 쏴 운전기사 1명을 다치게 했다.

이는 여론의 분노를 샀고 경제 손실과 국민 불편까지 야기하면서 화물연대의 파업은 정부에 개입할 여지를 줬다. 운송업자의 생명과 근로여건 개선을 주장하기 위해 시작했던 집단행동이 일부의 불법 행동과 국민·산업에 큰 피해를 입히며 의미가 퇴색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삶과 국가경제를 볼모로 삼는 화물연대의 움직임에는 어떠한 명분과 정당성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고, 이후 파업 참가 인원이 줄어들면서 총파업 철회가 결정됐다.

파업의 시작점은 화물노동자의 생계와 안전을 최소한으로 보장받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과정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일부 조합원의 일탈과 불법행동은 정부에 ‘법과 원칙’에 입각한 초강경 대응의 명분을 제공했다.

더욱이 국민과 산업을 인질로 하는 외침과 호소는 어떠한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화물연대의 교섭 대상은 국토교통부, 즉 정부다. 파업권은 헌법에 명시된 노동자의 기본 권리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명분과 방법론이다. 화물연대의 이번 파업은 게도 구럭도 다 잃은 동시에 국민에 상처와 흉터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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