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노위 노란봉투법 상정···여야, 기자회견·세미나 등 여론전 돌입
여야 구도상 대통령 거부권에도 입법 가능···화물연대 파업 여론 변수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국회가 노란봉투법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견이 큰 법안이다 보니 여야 모두 여론을 주목하는 가운데 최근 화물연대 파업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야간 힘 대결로 가면 이론상 법안 통과가 가능하지만, 파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면서 노란봉투법 입법에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단 분석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환노위 관계자는 “법안은 일단 오늘 상정이 됐다”며 “여야간 이견이 큰 사안이라 합의가 쉽진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나 근로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노동3권 행사를 제한하거나 위축시키는데 악용되고 있단 문제의식에서 나온 대안이다. 전체적인 취지는 현행 노조법 제2조와 제3조를 개정해 노조와 근로자의 손해배상을 면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용자가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 노조나 근로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명문화했다.
야권에선 올해 8월 이후 더불어민주당 고민정·양경숙·노웅래·강민정·이수진 의원과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하며 주요 정책 사안으로 다루고 있다. 법 필요성에 대한 대국민 설득과 함께 입법 논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날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및 법률가와 교수, 연구자로 구성된 추진단이 기자회견을 열고 연내 노란봉투법 입법을 촉구했다.
서범진 변호사는 “지난 20여년간 현실과 괴리된 노조법이 쟁의할 권리를 막고, 경제를 명목으로 고통을 노동자에게만 떠넘기고 있다”며 “투쟁중인 화물연대도 거액의 손해배상소송과 형사처벌 위험 등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이 중요한 동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을 민주노총 방탄법으로 규정하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하고 있다. 이날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관련 세미나에서도 노란봉투법이 독소조항을 담고 있단 비판이 제기됐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노란봉투법 조항대로라면 회사 점거 과정에서 노조원들이 회사 시설과 기물을 파괴하더라도 이 행위가 노조 차원에서 계획, 진행된 것이라면 개인에게 소송을 걸 수 없다”며 “사용자의 재산권이 침해되면 사용자의 투자가 침체되면서 고용이 제대로 유지될 수 없다. 장기적으로 노조와 노동자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이 기본적 법질서에 배치된단 지적이다. 조 교수는 “노란봉투법은 ‘위법 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민법의 책임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한다”며 “노조의 불법행위를 법으로써 면책하게 하는 것은 노조에게 사실상의 특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우리 헌법은 사회적 특수 계급을 인정하지 않는데 노란봉투법은 이 헌법 기본정신에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현 상황에서 노란봉투법을 두고 여야가 힘대결로 흘러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협의를 하되 여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절차대로 갈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냔 기류”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내에서는 본회의 통과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단 얘기도 흘러나온다.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국회 규정대로 진행할 경우, 연내 노란봉투법 입법은 어렵지만 결국 본회의는 통과할 전망이다. 환노위는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고 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하는 건 어렵지 않단 분석이다. 법제사법위원회는 여당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어 안건 심사를 지연시킬 수 있다. 그러나 법사위도 상임위 통과 법안을 60일 이상 심사하지 않으면 상임위에서 재적위원 5분의 3 찬성 조건으로 바로 본회의로 넘길 수 있다.
법안이 국회의원 과반 찬성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국회로 다시 돌아온 법안을 국회의원 5분의 3이 찬성하면 대통령의 거부권은 무력화된다. 현재 민주당과 정의당,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을 모두 합치면 180석이 넘는다.
다만, 대통령 거부권까지 가기 전에 여론 향배에 따라 여야간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단 관측이다. 이에 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에 관심이 쏠린다. 파업이 2주가 넘어가면서 정부의 압박이 강해지고 있다. 업무개시명령에 더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파업에 참여하는 차주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소송을 대행하겠단 방침을 밝혔다. 정부 방침이 현실화하면 야권의 노란봉투법 추진 움직임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가 된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는 이런 강공책을 피하지 않는 기류다. 여론을 등에 업었고 파업 동력 또한 떨어졌단 자신감에서 나오는 대응이란 분석이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파업 참가 인원을 4400명으로 추산했는데, 이는 파업 출정식 당시 참가인원 9600명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여권 관계자는 “파업 이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올라가고 국민들의 파업에 대한 피로감 또한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