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호 부회장, 최윤호·박학규 사장 등 이재용 회장 체제 속 역할 주목 받는 인물들 모두 제자리
‘미전실 재무통’ 공통 분모···향후 컨트롤타워 복원 시 주요 역할 맡을 듯

삼성 핵심 3인 프로필. / 표=김은실 디자이너
삼성 핵심 3인 프로필. / 표=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삼성 연말 정기 인사가 사실상 ‘안정’에 방점을 찍은 채 마무리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체제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지 관심을 모았던 삼성맨들도 이번 인사에선 특별한 변화 없이 자리를 지키게 됐다.

이번 삼성의 연말인사는 이재용 회장 승진 후 첫 정기 인사라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모았다. 부회장 승진 10년 만에 만들어진 ‘이재용 회장 체제’인만큼 이전과 다른 조직적 변화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었으나 파격적 변화는 없었다. 사실 내년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삼성 뿐 아니라, 대다수 대기업들이 무리한 변화는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이 회장 체제 도래 후 위치 변화에 관심을 모았던 주요 인물들도 그대로 자리를 지키게 됐다. 이 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정현호 부회장은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사업지원(삼성전자)·금융경쟁력제고(삼성생명)·EPC경쟁력 강화(삼성물산)TF 중 사업지원TF를 이끌어오고 있다. 통합 컨트롤타워 재건 시 장(長)을 맡게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으나, 현체제가 유지되면서 당분간 사업지원TF장으로서의 현재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전략실 출신인 정 부회장은 이 회장과 1990년대 중반 미국 하버드대에서 함께 MBA를 공부한 인연이 있고 미전실 해체 후 컨트롤타워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향후 이 회장이 본격적으로 ‘뉴삼성’ 비전을 펼치는데 있어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대표이사)도 이 회장의 신임을 받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지난 6월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삼성SDI 헝가리 공장을 방문했고 독일에서 올리버 집세 BMW 회장과 면담할 때도 함께 했다.

이 회장의 신임을 받는 최 사장은 동시에 정현호 부회장과 덕수상고 동문이기도 하다. 사업지원TF에서 정 부회장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일각에서 이번인사를 통해 삼성전자로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계속해서 삼성SDI를 이끌게 됐다.

최 사장으로선 SDI를 이끄는 현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삼성에선 전자에서 그 외 계열사로 이동할 경우 ‘영전’인사로 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 사장에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오히려 관리능력과 더불어 사업능력까지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있다. 삼성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한때 최윤호 사장이 삼성전자에서 SDI로 가면서 업계에선 그 배경에 의구심을 갖는 시각도 있었지만, 막상 가니 자신의 경영능력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며 “삼성SDI 대표를 맡게 된 것이 기회가 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 회장 체제에서 핵심 역할을 할 인물로 거론되던 인물 중 한명인 박학규 삼성전자 사장도 지금 맡고 있는 경영지원실장을 계속 맡게 됐다. 박 사장도 이 회장의 신임을 받는 인물로 전해진다. 그룹 내 인수합병(M&A) 전략에 있어 핵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돼 향후 삼성의 빅딜 행보와 관련 주목받는다. 한 재계 인사는 “박학규 사장은 향후 삼성이 컨트롤타워를 재건하게 될 경우 그룹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이는 인물 중 한 명”이라고 전했다.

또 세 사람은 과거 미전실 출신이면서 모두 ‘재무통’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번 인사에선 변동이 없었지만 향후 본격적으로 이 회장 체제로 조직이 개편돼 컨트롤타워가 복원될 경우 핵심보직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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