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개시명령이 사실상 유일한 대책이지만, 화물연대 ‘계엄령’과 같다고 보고 있어 따르지 않을 가능성 높아
실제로 휘발유 부족 사태 불거지면 국민 분노 극에 달할 우려도

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 총파업이 8일째에 접어든 1일 서울의 한 주유소 유가정보란에 품절 문구가 붙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 총파업이 8일째에 접어든 1일 서울의 한 주유소 유가정보란에 품절 문구가 붙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2015년 개봉했던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핵전쟁 후 기름이 귀해진 세상에서 벌어지는 인간사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담아냈습니다. 그런데 2022년 대한민국에서 기름이 부족한 세상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일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화물연대가 운송을 거부하면서 주유소에 기름이 납픔되지 못해 차에 넣을 휘발유가 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도로를 지나다 휘발유 품절이라는 종이를 붙인 곳들을 심심찮게 목격했는데요. 국민들은 아직까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지만, 지금 사태가 계속되면 실제로 기름을 넣기 어려운 상황이 되는 만큼 점점 걱정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현재 마땅한 대안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동차의 경우 일시적으로라도 ‘로드 탁송’을 통해 기사가 일당을 받고 완성차를 옮기거나 운전자가 직접 가져가는 방식이 가능하지만 기름은 이런 방식이 불가능합니다. 말그대로 온 나라 주유소에 기름이 떨어져 자동차들이 멈춰서는 초유의 사태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일단 정부 차원에서 고려하는 대책은 업무개시명령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시멘트에 내렸던 업무개시명령을 정유로 확대시키는 것입니다.

업무개시명령이란 파업 등 행위 수준이 국가 및 국민들이 심각한 상황에 놓이게 될 우려가 있을 때 정부가 업무에 복귀하도록 할 수 있는 조치입니다. 사실 이것 말고는 현재 마땅한 대책을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조치가 실질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계엄령’이라며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또 업무개시명령에 맞서 6일 총파업에 나서겠다며 더 강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해도 따르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다른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실제로 주유소에서 기름이 고갈될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지금까지 참고 참아온 국민들의 분노는 그야말로 극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들이 참을 만한 인내심을 넘어서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또 다른 사회적 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화물연대가 온 국민이 기름을 못 넣어 자동차를 멈출수도 있는 상황까지 고려하면서 요구하는 사안은 무엇일끼요? 핵심은 바로 ‘안전운임제’입니다. 화물운송 종사자의 안전운행을 위해 일정 운임을 보장해주도록 하는 제도로, 과거 민주당 주도로 법안이 통과돼 시행되게 됐습니다.

애초에 ‘일몰제 법안’인 탓에 내년 폐지를 앞두고 있는데, 정부는 해당 제도가 안전보장 효과가 미미했던 만큼 3년만 연장하자고 하고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자체를 폐지하자며 각을 세우고 대립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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