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평균금리 11월 한달 간 0.11%포인트 인상
10월 대비 인상폭 크게 줄어
금융당국 수신 경쟁 자제령 여파
“인상폭 둔화됐지만 오름세는 지속···조달비용 부담 이어질듯”

저축은행 월별 정기예금 평균금리 인상폭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저축은행 월별 정기예금 평균금리 인상폭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그간 경쟁적으로 수신금리를 인상해 온 저축은행들의 예금금리 인상 폭이 지난달 들어 크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과도한 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하라는 신호를 보내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수신금리 인상 흐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조달비용 부담에 대한 걱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5.53%로 집계됐다. 지난달 1일 평균금리와 비교하면 한 달 새 0.11%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수신금리 증가세가 지속되고는 있지만 전월 대비 증가율은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 10월 한 달간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3.85%에서 5.40%로 한달 만에 1.55%포인트 치솟았다. 11월 들어 금리 인상 폭이 크게 둔화된 셈이다.

몇몇 저축은행들은 금리 인하에 나서기도 했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3일부터 ‘중도해지OK정기예금369’와 ‘OK법인대박통장’ 등의 수신상품 금리를 각각 0.7%포인트, 1%포인트 인하했다. ‘OK정기예금’ 상품의 1년 만기 기준 금리는 지난달 4일 기존 5.7%에서 5.4%로 0.3%포인트 떨어진 데 이어 같은 달 17일에는 5.4%에서 0.3%로 0.1%포인트 추가 인하됐다. 비대면 가입 상품인 ‘OK e-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기준 금리도 지난달 4일과 17일에 걸쳐 각각 0.15%포인트, 0.1%포인트 인하되면서 5.8%로 내려왔다.

다올저축은행도 11월 한 달간 ‘Fi 리볼빙 정기예금’, ‘Fi 정기예금’, ‘Fi 자유해지 정기예금’ 등 주요 수신상품의 금리를 다섯 차례에 걸쳐 인하했다. ‘Fi 정기예금’ 상품의 경우 10월 말 당시 6개월 만기 기준 기존 4.7%가 적용되던 금리가 현재는 4.2%로 0.5%포인트 인하됐으며, 12개월 이상~24개월 이하 가입 기간에 대해서도 5.45%에서 4.45%포 1%포인트 내렸다.

저축은행들이 수신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선 이유는 금융당국이 각 저축은행 업권에 과도한 예·적금 금리 경쟁을 자제할 것을 경고하면서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1일 각 저축은행에 예대율 규제 완화 조치 내용을 안내하면서 과도한 금리 경쟁을 자제할 것을 추가로 전달한 바 있다.

구두 개입도 이어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다음 날인 지난 25일 금융시장 현황 점검회의에서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업권간·업권내 과당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간 저축은행들은 시중은행의 공격적인 예·적금 금리 인상에 대응해 수신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리면서 조달비용 부담이 심화된 상태였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수신경쟁 자제령으로 은행들의 금리 인상 움직임이 잦아들면서 이에 맞불을 놓던 저축은행도 금리 경쟁 부담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수신금리는 기준금리 영향도 받지만 그보다는 주변 타 금융기관이나 저축은행 간 금리 경쟁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는 측면이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 이후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급격히 인상하면서 저축은행의 금리 수준을 따라잡자 저축은행들도 수신잔액을 지키기 위한 방어 전략으로 최근 몇 달간 금리 인상을 지속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이 금리 경쟁 자제를 당부한 이후 최근에는 은행들이 금리를 많이 안 움직이고 있다”며 “저축은행에 대한 예대율 규제도 완화되면서 수신금리 관리 여력이 생기다 보니 이전보다는 금리를 급격하게 올려야 하는 부담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인데다 금융권 수신금리 역시 인상 폭이 둔화됐을 뿐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 만큼 저축은행의 조달비용 고민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금금리 인상 폭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오름세 자체는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인상 폭이 잠시 줄었다고 해서 자금조달 부담이 덜어질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내년 초에도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높기 때문에 저축은행 수신금리도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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