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완화 방안 이르면 다음 주 발표··· 내년 1월부터 시행
정밀안전진단 문턱 낮아져···적정성 검토, 지자체 재량으로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영향 고려한 최종안 나올 듯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재건축 규제완화 공약이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재건축 추진단지가 많은 강남권과 양천구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반면 한강이북지역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어 서울 주택시장에서도 양극화가 커져가는 모습이다. / 이미지=시사저널E DB
정부는 다음 주에 안전진단 기준 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초기 재건축 단지의 발목을 잡던 안전진단이 대폭 수정될 전망이다. 정부는 재건축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현행 50%에서 30% 수준으로 낮추는 등 안전진단 기준 완화 방안을 다음 주 발표한다. 서울 양천구 목동·노원 상계 등 1980년대 지어진 재건축 추진 단지는 물론 1기 신도시에서도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구조안전성 평가 ‘50%→30%’····정밀안전진단 적정성 검토 지자체 제량에 맡겨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다음 주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16일 ‘국민주거안정 실현방안’에서 구조안전성 평가 비중을 현행 50%에서 30~40%로 낮추고, 주거환경·설비노후도 등의 가중치는 현행보다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구조안전성 평가 기준을 최대 10% 포인트 가감할 수 있는 재량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구조안전성 기준은 지자체장 판단에 따라 최고 20%부터 최대 40%까지 조정할 수 있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을 하기 위한 첫 관문이다. 통상 ‘예비안전진단(현지조사)→1차 안전진단(정밀안전진단)→2차 안전진단(공공기관 적정성 검토)’ 3단계로 이뤄진다. 안전진단을 모두 통과해야 재건축 사업을 할 수 있다. 구조안전성 평가는 예비안전진단에 포함돼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재건축 규제 완화 일환으로 2018년 3월 평가 기준을 강화했다. 구조안전성은 기존 20%에서 50%로 평가 비중을 높였고, 주거환경(주차 대수·층간 소음)은 40%에서 15%, 설비노후도(놋물·전기배관)는 30%에서 25%로 낮췄다. 이 때문에 주거환경이 열악함에도 안전진단에서 떨어지는 단지들이 속출했다.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 추진이 사실상 막히고 공급을 막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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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안전진단 문턱도 낮아질 예정이다. 지금은 정밀안전진단에서 E등급을 받으면 재건축을 바로 진행할 수 있지만, D등급을 받으면 공공기관(한국건설기술연구원·국토안전관리원)의 적정성 검토를 받아야 한다. 적정성 검토 시에도 D나 E등급을 받아야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 앞으로는 적적성 검토를 지자체가 요청하는 경우에만 시행하도록 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정부는 연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개정해 내년 1월부터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개선 발표를 미뤘지만 최근 집값 하락이 본격화하자 내년에 시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목동·상계, 재건축 탄력 기대···“정부, 시장 침체에 규제 완화 부담 덜어”

완화안이 시행되면 수도권 노후 단지들의 재건축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서울 양천구 목동 대표 단지인 목동신시가지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곳은 1985~1988년 입주해 14개 단지, 2만6629가구 규모로 구성됐다. 현재 안전진단을 모두 통과한 단지는 6단지가 유일하다. 9·11단지는 적정성 검토에서 고배를 마셨다. 나머지 11개 단지(1~8·10·12·13·14단지)는 1차 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적정성 검토를 미루고 있다.

재건축 초기 단계 단지들이 많은 노원구 역시 안전진단 신청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노원구의 경우 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지은지 30년이 지난 재건축 안전진단 대상 아파트가 42개 단지, 6만5000여가구로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많다. 이밖에 구로구 동부그림, 강동구 고덕주공9단지, 노원구 태릉우성, 광진구 광장극동 아파트 등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한 노후 단지들 역시 재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완화 방안은 1기 신도시 주민들에게도 희소식이다. 앞서 주택건설업계는 최근 정부의 정비사업 관련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구조안전성을 과거처럼 20%로 낮춰줄 것을 제안했다.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낮춰야 1기 신도시 등의 아파트 단지 재건축 추진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1기 신도시 정비사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최종안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출범 이후 집값 상승 우려에 정부의 기조가 신중론으로 돌아서며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정부도 규제 완화에 대한 부담이 덜해진 모양새다. 하락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집값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로 접어들자 정부의 기조도 점차 완화되는 모양새다”며 “안전진단 완화로 인해 서울 목동과 상계·여의도 등 노후 아파트 상당수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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