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완ICD 등 전국 16곳에서 출정식···안전운임제 영구화 및 확대 요구
노정 간 이견 커 파업 장기화 가능성···시멘트 등 산업계 피해 불가피

24일 오전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 기지에서 화물열대 총파업 출정식이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24일 오전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 기지에서 화물열대 총파업 출정식이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합의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안전운임제 개악 반드시 저지하겠다.”

24일 오전 10시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앞. 2차선 도로 약 150m를 메운 화물노동자들이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를 외치며 파업의 시작을 알렸다. 이들 옆으로는 운송을 멈춘 컨테이너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이날 오전 전국 16곳에서 출정식을 열고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안전운임제를 두고 노정간 입장차가 큰 가운데 노동계는 연쇄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물류 차질 등 산업계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서울경기지역 총파업 출정식이 열린 ICD에는 화물연대 추산 조합원 900여명이 모여 손피켓 등을 들고 안전운임제 사수와 확대를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안전운임제 관련 약속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고 성토하며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파업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은 “한 달 내내 하루 12시간 이상을 일하고 심지어 16시간을 꼬박 일해 겨우 생활비를 가져가는 화물노동자는 더 이상 죽음과 고통을 연료삼아 화물차를 움직일 수 없다”며 “약육강식의 시장에서 화주 기업이 운송료에 대한 모든 결정권을 갖고 최저단가 운임을 결정하는 현실에서 안전운임제만이 화물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제도”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당정은 안전운임제 확대 반대이유로 화물차주의 소득수준이 낮지 않고 안전운임 품목이 확대되면 물류비 증가로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고 호도하며 노골적으로 자본을 옹호한다”며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차종 및 품목 확대가 관철될 때까지 파업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화물연대는 이날 파업에 조합원 2만5000여명이, 전국에서 진행된 출정식에는 1만1000여명이 각각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파업 이후 여론전과 정치권 압박 수위를 높이겠단 방침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을 지원하기 위해 민주노총 외에 시민사회, 여성, 청년, 종교계를 포함한 연대회의를 구성해 사회 여론을 만들어갈 것”이라며 “정치권을 압박하는 투쟁도 함께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파업은 과거 두 차례 파업과 달리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안전운임제 일몰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우면서 노동계의 파업 동력이 커진 상황이고 화물연대와 정부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을 3년 연장하고 품목이나 차종, 품목확대는 어렵단 입장이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 / 사진=최성근 기자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 / 사진=최성근 기자

화물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서 산업계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대책이라고 해 봐야 파업 전 물량을 최대한 빼놓는 정도지 딱히 할 수 있는게 없다”며 “우리도 답답한 게 화물연대 파업은 대응 전략을 짤 수 있는게 없다. 그냥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멘트보다는 레미콘이 타격이 더 크다”며 “시멘트는 재고를 둘 수 있지만 레미콘은 시간이 지나면 굳어버려서 물류가 막히면 아예 영업을 못한다”고 덧붙였다.

경영계도 화물연대 파업이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를 내놓는다. 경제6단체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화물연대의 일방적 운송거부를 즉각 철회하고 안전운임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화물연대가 파업에 나서면서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중앙수송대책본부를 운여해 수송대책을 마련하고 군위탁 등 관용 화물차 투입, 화물 열차 탄력 증편 등 가용한 대체 수송장비와 인력을 최대로 투입해 물류피해를 최소화한단 계획이다. 

또 운송방해나 출입문 불법 점거 등 불법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항만 등 물류거점 출입문, 고속도로 진입로 주변에 경찰력을 배치했다. 폭행이나 협박, 차량파손 등 운송을 방해하는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엄정하게 대응하겠단 방침이다.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노동계의 연쇄 파업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이날 대구지하철 노조, 25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조와 학교 비정규직 노조, 30일 서울 교통공사 노조, 다음달 2일엔 전국철도노조 파업이 예정돼 있다. 투쟁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다음달 3일 전국 노동자대회를 열고 국회를 상대로 노동개악 저지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