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 법안소위 안건 상정···입법시 이재용 회장 그룹 지배력 영향
재산권 침해·타금융권 형평성 등 찬반···입법 과정 순탄치 않을 듯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삼성생명법이 마침내 국회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법안을 두고 재산권 침해와 주식시장 불안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삼성생명 주식이 그룹 지배수단으로 전락한 현실과 다른 금융권과 형펑성을 감안했을 때 입법이 필요하단 주장이 엇갈린다. 국회 내에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란 인식은 여야가 공유하고 있지만 입법까지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는 전날 보험업사의 자산을 따질 때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를 기준으로하고 보험사는 법에 정한 비율을 초과해 취득하거나 소유한 타회사 주식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음을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그간 국회에서 꾸준히 발의됐던 법안으로 2014년과 2018년 발의됐을 때는 논의 첫 단계인 법안소위 문턱조차 넘지 못했으나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이용우 의원 법안이 안건으로 채택됐다.

정무위 관계자는 “합리성과 실효성 등 법안 자체 요건에 대해선 공감대가 어느정도 형성돼 있다. 다만, 입법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판단에 있어 이견이 좀 있다”며 “소액주주, 자본시장, 대주주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소위 차원의 토론으로 결론이 날 사안이 아니라 공론화 과정을 통해 입법 여부가 결정될 것이란 설명이다.

삼성생명법으로도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입법시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단 분석이다. 

현행 보험업법상 보험사는 대주주나 계열사 주식을 총자산의 3% 이하 금액만 소유할 수 있다. 이때 지분가치는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로 계산한다고 보험업 감독규정에서 정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돼 시가평가 기준으로 바뀌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가치는 3%를 넘게 돼 초과분을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이로인해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생명의 영향력이 줄어들게 되고 결과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삼성 측도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위 관계자는 “삼성 대관업무 쪽에서 정무위원들을 대상으로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문제점을 정리한 문서를 배포하며 설득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삼성 측은 계열사 자금지원 억제라는 법 취지는 현 규정으로도 충분히 달성되고 있고, 계열사 주식을 시가로 평가하면 부실 계열사에 대한 지원 한도가 늘어나는 반면 계열사 투자가 성공하면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법개정으로 보유 주식 대부분을 강제 매각시키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훼손하며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측면이 있단 점, 삼성전자 주식의 9%에 해당하는 물량이 쏟아지면 시장에 큰 충격이 예상되고 주가 약세로 개인투자자에게 피해가 우려가 된단 부분도 강조한다. 

경영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기준을 시가로 하면 변동성이 커서 불안정성이 커지게 된다. 삼성전자 주식을 매매해 이익을 취하는 게 아니고 원래 장부가로 갖고 있는 건데 굳이 왜 시가로 평가해야 되는지에 대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시가로 바꾸라는 것은 주식을 다 팔라는 것인데 이로 인해 그룹 경영 안정성에 문제가 생기면 국가 전체적으로 실익이 없단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반도체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해 경제 근간으로 삼겠다고 나서는 상황에서 삼성이란 큰 기업을 흔드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경제는 이념이 아닌 실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치가 경제에 간섭을 많이 하면 합리적 판단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삼성생명법 토론회가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삼성생명법 토론회가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반면, 은행과 증권 등 타 금융권이 가격 산정기준을 시가로 정하고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법안이 통과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단 주장도 나온다. 현재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의도는 단순한 자금지원이 아닌 삼성그룹 총수의 삼성 핵심 계열사 지배 수단에 있단 비판이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삼성생명법 토론회에서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의 재원을 계열사에 지원하는 것은 해당 계열사가 부실하든 정상적이든 관계없이 기본적으로 피해야할 자산운용 방식”이라며 “부실한 계열사라면 지원한도가 늘어나더라도 자금지원을 해선 안되고, 성공한 계열사라면 자금 지원 필요성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법안 통과시 삼성전자 주식 물량이 쏟아지면서 개인 투자자에 피해가 예상된단 관측에 대해선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주식의 매각시 삼성그룹 총수 일가 또는 그 일가가 지배하는 계열사들이 손을 놓고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일부 시장에 등장하는 주식은 연차적 매각을 허용해 주식시장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과거 삼성카드가 금산법 위반에 따라 에버랜드 주식을 매각했을 때 연차적 매각을 통해 총수 일가가 해당주식을 매집한 사례도 근거로 들었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이 회장의 경영권에 큰 문제가 없단 분석도 나왔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삼성생명을 계열분리하면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삼성물산이 대부분 매입해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배권을 유지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삼성물산은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제를 받게 되는데 삼성전자 지분을 20%까지 확보하는게 쉽지 않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지분율 규제가 필요 없는 2층 출자구조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소위에 상정됐지만 향후 논의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소위에서 뒷부분 안건이었던 보험업법안이 초반 논의대상으로 당겨지고 금융위원회도 법안 취지에 공감한단 의견을 제시한 점은 입법에 긍정적 신호로 읽혀진다. 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 내에서는 법안이 미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고, 삼성 측 로비력 또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권 정무위 관계자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부담스러운 면이 있는 사안이다. 별일 없이 잘 있던 주식 30조원 가까이가 매물화 되는 법안”이라며 “지금 레고랜드 사태로 작은 충격에도 금융시장이 굉장히 민감할 수 있다. 입법 이후 후폭풍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삼성생명법이 제대로된 논의조차 되지 않은 것은 삼성의 로비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번에 소위에 상정된 것도 이례적인데 향후 입법까지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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