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분조위 전액배상 결정에 추가 충당부채 설정 불가피
충당부채 설정시 순이익 감소···애꿎은 현 경영진은 실적부담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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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독일 헤리티지펀드와 관련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해 투자원금 전액을 판매사가 반환하라고 결정했다. 분조위 결정으로 헤리지티펀드 최다 판매사인 신한투자증권은 거액의 충당부채를 추가로 인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투자증권은 헤리티지펀드뿐만 아니라 젠투펀드 등 분쟁조정 결론이 아직 나지 않은 각종 사모펀드 부실도 남아있다. 이 사모펀드들 역시 분쟁조정 과정에서 충당부채를 추가로 인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현 신한투자증권 경영진이나 후임 경영진으로서는 본인의 잘못도 아닌데 향후 실적부담만 늘어나게 되는 애꿎은 상황이다.

◇ 신한투자증권, 충당부채 추가 인식하나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의 3분기말 기준 ‘기타충당부채’ 금액은 3785억원에 달한다.

충당부채란 미래에 지출될 것이 확실하나 그 금액이나 지출시기 혹은 지출대상이 확정되지 않은 부채 가운데 해당 금액을 신뢰성 있게 추정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충당부채는 재무제표에 설정(인식)하는 시점에 비용으로 포함해 손익계산서에 반영되고 이후 실제 지출이 일어나면 손익계산서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충당부채가 감소하는 방식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여러 종류의 충당부채를 설정하고 있는데 사모펀드 부실판매 관련 배상금액은 ‘기타충당부채’이라는 항목 안에 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의 2019년 사업보고서에는 기타충당부채가 없었으나 2020년 사업보고서에서는 1542억원이 설정됐다. 이후 지난해 사업보고서에는 3804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올해 3분기말 분기보고서에는 3785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신한투자증권이 설정한 기타충당부채 가운데 독일 헤리티지펀드 관련 비용은 2272억원으로 최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독일 헤리티지 펀드는 지난 2017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국내 증권사와 은행을 통해 약 4835억원이 판매됐는데 신한투자증권 판매금액만 3907억원에 달한다. 다음은 NH투자증권(243억원), 하나은행(233억원) 우리은행(223억원), 현대차증권(124억원), SK증권(105억원) 순이다.

신한투자증권은 2020년 3월 20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헤리티지펀드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50%를 가지급했으며 올해 3분기까지 가지급한 금액은 1889억원에 달한다.

지난 21일 금융감독원이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고 헤리티지펀드에 대해 투자금 전액 반환을 결정하도록 권고했다. 금융감독원 조사결과 헤리티지펀드는 사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투자자들에게 전액을 반환하라는 분조위 조정안이 결정되고 투자원금회수도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신한투자증권이 헤리티지펀드 관련해 충당부채를 추가 인식해야 할 가능성도 관측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이 충당부채를 설정하면 이는 비용으로 인식되고 손익계산서에 악영향을 끼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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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임 CEO시절 부실로 고통받는 후임 CEO들

신한투자증권이 겪고 있는 각종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 후유증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독일 헤리지티펀드와 함께 신한투자증권을 괴롭힌 라임펀드의 경우 2020년 6월 30일 열린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무역금융펀드에 대해 원금 전액을 반환하라고 결정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말까지 657억원을 투자자들에게 지급했으며 추가지급 예상금액 521억원을 충당부채로 계상했다. 당시 충당부채 영향으로 신한투자증권은 2021년 당기순이익이 1545억원에 그쳤다. 이는 2020년 2208억원에서 30.0%나 감소한 것이다.

신한투자증권은 헤리지티펀드, 라임펀드 외에도 젠투펀드, 팝펀드 등 각종 부실 사모펀드와도 얽혀있는데 이 역시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젠투펀드는 한국계 신기영씨가 대표로 있는 홍콩계 운용사 젠투파트너스가 판매한 채권형 펀드인데 전체 환매중단된 1조125억원 가운데 신한금융투자 판매분은 무려 4200억원에 달한다. 신한투자증권은 이와 관련해 이미 40%를 가지급한 상태지만 향후 분쟁조정 결과에 따라 추가 충당부채가 인식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신한투자증권은 헤리티지펀드와 라임펀드 외 금융상품 10종에 대해 지난해 8월 30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사후정산 방식의 사적화해 진행을 결정했다. 하지만 올해 3분기말 기준 계상한 충당부채는 902억원에 불과하다. 신한투자증권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매 보고기간 종료일마다 충당부채의 잔액을 검토하고 보고기간 종료일 현재 최선의 추정치를 반영하여 조정하고 있다”며 “의무이행을 위하여 경제적 효익이 내재된 자원이 유출될 가능성이 더 이상 높지 아니한 경우에는 관련 충당부채를 환입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향후 신한투자증권이 사모펀드별로 충당부채를 추가로 인식할 때마다 실적에는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현 신한투자증권 경영진이나 후임으로서는 본인들과 무관한 과거 사모펀드 부실로 인한 실적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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