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력증원 요청 80% 이상 삭감

8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 선로에 시멘트 열차들이 멈춰서 있다. 코레일은 지난 5일 발생한 인명사고 원인 조사를 위해 오봉역 인근 대형 시멘트사들의 열차 운행을 당분간 중지시켰다. 오봉역은 성신양회, 한일시멘트, 쌍용C&E, 아세아시멘트 등 7개 대형 시멘트사들의 출하기지가 모여 있다. / 사진=연합뉴스
8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 선로에 시멘트 열차들이 멈춰서 있다. 코레일은 지난 5일 발생한 인명사고 원인 조사를 위해 오봉역 인근 대형 시멘트사들의 열차 운행을 당분간 중지시켰다. 오봉역은 성신양회, 한일시멘트, 쌍용C&E, 아세아시멘트 등 7개 대형 시멘트사들의 출하기지가 모여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오봉역 사망사고와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사고 등 잇따르고 있는 철도안전사고의 원인으로 만성적 인력부족 현상이 지적되는 가운데 정부는 한국철도공사가 요청한 철도시설 유지보수 및 관제시설 인원 증원을 80% 이상 삭감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한국철도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코레일은 철도시설 유지보수를 위해 연평균 1486명의 증원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1212명을 삭감하고 274명(18.4%)만 증원하는 데 그쳤다.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서는 코레일의 1435명 증원 요구에도 불구하고 인력을 동결하는 안으로 제출됐다. 

철도교통관제시설 인력 증원 요구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최근 5년간 코레일은 평균 72명의 인력을 늘려달라고 했으나 7명(9.7%)만 증원됐다. 내년에는 177명 증원을 요구했으나 인원 동결안이 제출됐다. 이들 인력도 철도차량의 운전통제와 사고발생시 복구지시를 담당하는 필수안전 담당인력이란 분석이다.     

장 의원실 측은 “공사 측은 2019년 3조 2교대가 4조 2교대로 바뀌었고 관리해야 할 철도노선과 시설물의 노후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안전인력 인원 확충을 강조함에 따라 2020년부터 유지보수 인력을 대폭 늘려달라 요청했으나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는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공기업의 방만경영을 지적하며 재무상태 개선을 요구하는 윤석열 정부에서는 아예 인력을 동결시키는 안을 내놨다”고 지적했다. 

탈선사고는 선로와 열차의 정비 문제가 원인으로, 오봉역 사고의 경우 3인 1조 업무를 2명이 하다 발생한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력부족이 지속될 경우 사고가 계속 빈발할 가능성이 높다. 2023년 예산의 경우 중대재해 처벌을 우려해 보수예산 자체는 늘렸는데, 정작 인력은 동결해 문제의 핵심을 비켜갔다단 비판이 제기된다.

장 의원은 “안전관리인력을 늘리는 데 인색한 국토부와 기재부가 안전사고와 중대재해의 구조적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며 “충분한 인력과 예산을 배정할 수 있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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